美디폴트 협상 ‘타결’…두 老정치인 빛났다

美디폴트 협상 ‘타결’…두 老정치인 빛났다

입력 2013-10-17 00:00
수정 2013-10-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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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매코널 원내대표 협상 주도로 분위기 반전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위한 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30년 이상 연방 상원에서 애증 관계를 이어온 두 정치권 노장이었다.

민주·공화 양당의 상원을 이끄는 해리 리드(73·네바다), 미치 매코널(71·켄터키) 상원 원내대표가 그 주인공.

재무부가 예고한 국가디폴트 시점(10월 17일)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협상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들은 행정부 수장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를 대표하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감당하지 못한 난제를 풀어내며 오랜 정치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중량감과 노련미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백악관과 공화당 하원이 사실상 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두 대표는 백악관과의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물밑에서 협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에서 리드 대표와 매코널 대표의 협상이 불발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신 투입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양당 상원의 우두머리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두 사람의 관계를 가리켜 “서로 길고 복잡하고 논쟁적인 개인적·정치적 역사를 갖고 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리드 대표와 매코널 대표는 외모와 성격은 물론 정치성향도 상당히 다르지만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상원에서 끊임없이 서로 부닥치면서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연방의회 입성은 리드 대표가 빨랐다. 네바다주(州) 부지사를 거쳐 1983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정치에 첫발을 들인 뒤 1987년 상원에 진출해 지금까지 5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원 경력은 매코널 대표가 선배다. 하원을 거치지 않은 매코널 대표는 리드 대표보다 2년 빠른 1985년 상원의원이 됐고 역시 5선의 경력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세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고 윤리위원장을 거쳤으며, 비슷한 시기에 원내총무를 지내기도 했다. 각 당 원내대표로는 리드 대표가 2005년, 매코널 대표가 2007년부터 재임 중이다.

국가안보 기관 관할을 둘러싼 관할 상임위원회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과 9·11 위원회 권고사항 이행작업을 함께하고 2008년 금융위기에도 같이 대응하는 등 ‘정치적 파트너’로서 적지 않은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늘 긴장관계를 유지했으며, 특히 리드 대표가 5선에 도전했던 2010년 중간선거 때부터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리드 대표가 지역구에서 보수성향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의 표적이 되는 등 고전을 겪는 과정에서 매코널 대표가 그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이가 급격히 멀어졌다는 것이다.

이들의 갈등은 최근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 개정 시도를 놓고 양당이 충돌하면서 표면 위로 드러났다.

매코널 대표는 리드 대표를 가리켜 “상원 역사상 최악의 원내대표”라고 성토했고, 리드 대표는 매코널 대표를 “배신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험악한 말이 오갔다.

그러나 이런 개인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두 대표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막후에서 원숙한 정치력을 발휘, 자칫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국가디폴트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미봉책으로 끝나면서 앞으로도 정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두 노장의 활약에 또다시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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