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협상 타결에 시장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 부채협상 타결에 시장 “급한 불은 껐지만…”

입력 2013-10-17 00:00
수정 2013-10-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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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연기한 미봉책일 뿐…미국 경제 이미 타격받아”

미국 여야가 16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끝내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한 합의점에 도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한시름을 덜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예산·재정 현안 처리를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해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장기간의 정치권 다툼과 보름 넘게 이어진 셧다운으로 미국 경제가 이미 타격을 받았다는 점도 지속적인 악재로 남았다.

◇미국 경제성장 둔화 예상…미국 정부 ‘상처뿐인 승리’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승자는 없이 상처만 남은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크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셧다운으로 미국 경제에서 240억 달러(약 25조6천억원)가 증발하면서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0.6%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P는 미국의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율 기준 2%로 지난달에 내놓았던 3%에서 1%포인트나 내렸다.

미국 소비자들은 실제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앤디 시시어 US뱅코프 재무책임자(CFO)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디폴트 위험에 따른 가장 즉각적인 변화상은 예금이 늘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국제쇼핑센터협회(ICSC)가 10∼13일 성인 1천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0%가 셧다운 등을 이유로 지출을 줄였으며, 특히 연소득 3만5천 달러 이하의 50% 가까이가 그렇게 답했다.

미국 정치권이 자국 소비자부터 세계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장기적이고 뼈아픈 손실이다.

FT는 “협상은 마무리됐을지 모르지만, 미국은 기업 실적 악화·경제 불확실성·세계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혐오감이라는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투자 큰손들의 비판을 전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디폴트마저 기꺼이 감수하려는 미국 정치인들의 태도에 투자자들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같은) 채무국이라면 채권자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디폴트는 비켜가더라도 이미 손실은 생겼고 그 결과물은 경제성장 둔화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합의안이 성사되기 직전 미국 경제방송 CNBC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정치권의 대치를 ‘정치적 대량살상무기’에 빗대어 표현했다.

그는 “의회가 끝내 디폴트를 유발해 (미국 독립 이후) 237년간의 선행을 해친다면 완전히 저능한 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핌코의 빌 그로스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워싱턴의 기능장애는 불치병인 것 같다”며 “워싱턴의 채무 변동성 때문에 미국 장기국채 투자자들이 끝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흥시장 일단 안도…미 경기 향방에 주목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세계 최대 경제국의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오전 9시 52분(한국시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6% 상승했으며, 호주 S&P/ASX 200지수는 0.36%, 뉴질랜드 NZX 50지수는 0.40% 각각 올랐다.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도 전날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시장은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악재 해소로 단기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기태·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향후 경기 회복이 정책 이벤트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관건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의 흐름이라는 데 대부분 시장 분석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다시 둔화한다면 대미 수출을 비롯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므로 신흥국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의 도출 이후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10월 미국 경제지표가 얼마나 하락했는지와 11월 이후의 반등 속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꼽았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협상 타결로) 단기적인 안도감 확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부터는 경기 흐름이 다시 관건”이라며 “중기적으로 미국 고용·소비의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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