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당분간은 민생대책으로 민심 얻는데 주력
일본에서 우익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출범할 경우 집단적 자위권과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16일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294석, 공명당은 31석을 얻었다. 연립 정권을 구성할 양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325석으로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할 수 있다.
일본 헌법 59조는 중의원에서 가결된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60일 이내 중의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이상이 찬성하면 헌법개정 발의도 가능하다.
자민당은 동맹국이 공격받는 경우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평화헌법(헌법 제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영토·영해 경비 강화를 위한 ‘영해경비법’, 자위대의 인원·장비·예산의 확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힘을 합칠 경우 헌법 개정을 제외한 이들 법안과 예산안은 모두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명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헌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함께 이들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극우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이끄는 일본유신회, 다함께당 등과 정책 연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유신회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헌법 개정 등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시하라 대표는 중국 등 주변국이 일본을 우습게 보고,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한 것은 모두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 때문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유신회는 이번 총선에서 54석을 얻어 자민당과 의석을 합할 경우 348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훌쩍 넘는다.
자민당의 아베 총재는 평화헌법 개정 자체에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헌법 제96조에 규정한 개헌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발의 요건을 중의원과 참의원의 3분의 2에서 과반수로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우선 96조를 개정해 헌법 개정의 벽을 낮춘 뒤 궁극적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해 정식 군대 보유 등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헌법 96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는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도 찬성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96조 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 3분 2가 찬성하지 않으면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구조인 만큼 우선은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3분 2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위해 일본유신회와 다함께당의 협조를 얻을 경우 중의원에서 3분의 2 의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참의원에서 3분의 2 의석 확보를 위해 총력을 쏟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은 내년 참의원 선거 이전까지는 민생 대책인 경제대책에 전념해 국민의 신임을 얻어 참의원 의석을 최대한 늘린 뒤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의 경우 헌법이 아닌 법률이기 때문에 일본유신회와 공조할 경우 참의원에서 반대해도 중의원 재가결로 바로 제정할 수 있지만 참의원을 돌려놓고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의원 다수를 앞세워 폭주할 경우 야권의 반발은 물론 국민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 역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이후 추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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