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갈등 무력충돌 비화 가능성
우파 정객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중일 관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가뜩이나 국교 정상화 40주년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인 중일 관계가 양국 간 무력 충돌을 포함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일 관계의 최대 뇌관은 역시 동중국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이다.
아베 총재는 이미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무인도로 방치된 센카쿠 열도에 공무원을 상주시키고 어업 환경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등대를 설치하는 등 실효 지배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해상보안청을 강화하고 자위대의 인원·장비·예산을 증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밖에도 자민당은 국경을 형성하는 섬을 수호·진흥하고 영해 경비를 강화한다는 핑계로 ‘특정국경·섬 보전·진흥법’, ‘무인국경·섬 관리법’, ‘영해 경비법’ 등을 제정하는 등의 법제 보완도 서두르고 있다.
하나같이 중국을 크게 자극할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아베 총재의 약속이 공언(空言)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아베 총재는 장기 경기 침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인한 불안한 사회 분위기, 중국의 부상에 대한 열등감과 불안감 등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민의 보수 우경화 정서에 편승해 권력을 탈환했다.
따라서 역대 어느 일본 정권보다 더욱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폄으로써 ‘정권의 정체성’을 선명히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역습’이 현실화된다면 지난 9월 국유화 단행으로 장기 대치 국면에 빠진 센카쿠 갈등은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한층 커지게 된다.
중국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의 국유화 ‘도발’에 맞서 독자적인 센카쿠 영해 기선을 선포하고 해양감시선, 어정선, 항공기 등을 센카쿠 영해와 영공에 수시로 진입시키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가’를 치르게 했다.
노다 정권은 인민해방군까지 개입해 중일 양국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중국 관공선이 센카쿠 영해를 제 집 안마당처럼 헤집고 다니는 것을 사실상 수수방관해왔다.
아베 총재는 이 같은 ‘무력한 대처’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퇴역 자위대 군함을 해상보안청에 편입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중국의 센카쿠 접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구상을 총선 기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아베 총재가 96대 총리에 정식 취임하면 일본 해상보안청과 해상자위대는 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강력한 방식으로 중국의 센카쿠 접근 차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를 필두로 한 5세대 지도부가 막 들어선 중국 또한 한치도 물러날 기색이 없다.
중국은 이달 8천t급 구축함 항저우(杭州)함 등 주력 해군 함정이 참여한 가운데 서태평양 해상에서 센카쿠 열도 충돌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시행했다.
일본 순시선이 중국 관공선과 충돌하는 등 적극적 제지에 나설 경우 곧바로 정규 전력을 투입하겠다는 경고 신호를 일본에 보낸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수개월 동안 해병대의 섬 탈환 훈련, 공군의 원거리 폭격 훈련 등 각종 훈련을 하면서 ‘핵심 국가 이익’인 센카쿠 열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아베 정권은 미국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센카쿠 열도 지배권을 수호하겠다는 방침이다.
아베 총재는 총선 승리 직후 “일미 동맹을 강화하지 않으면 강한 외교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미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중일 간 센카쿠 분쟁은 아시아 복귀 전략을 구체화하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간의 대결장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