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영사관 피습, 테러행위로 규정 일러” 대선 2차 토론 때 발언과 상충
미국 대통령 선거가 6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지난 9월 11일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과 관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과 진행한 인터뷰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오바마 대통령은 피습 사건 이튿날 진행된 CBS와 인터뷰에서 “영사관 피습 사건이 테러행위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영사관 공격을 처음부터 ‘테러행위’라고 규정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2차 토론회 때의 발언과 상충하는 것이다.
CBS방송은 특히 문제의 발언을 두 달 가까이 묵혀뒀다가 대선 이틀 전에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슬그머니 공개해 ‘오바마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최근 공개된 추가 인터뷰 영상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12일 CBS시사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에서 “이것(피습사건)이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어떤 단체가 관련된 것인지 정확하게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그러나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언급했다.
’60분’의 진행자 스티브 크로프트가 “대통령께선 오늘 아침 (로즈가든 연설에서) 리비아 피습사건과 관련해 테러리즘이라는 단어를 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사건이 테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이 인터뷰는 당일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 직후 이뤄진 것이다.
CBS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편집한 채 9월 23일 처음 방영했고, 10월16일 대선 2차 TV토론이 끝나고 사흘 뒤에도 관련 발언을 빼고 방송했다. 그러다가 대선을 이틀 앞두고 지난 4일에서야 CBS 홈페이지에 당시 발언이 담긴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이 발언이 특히 문제 된 것은 2차 토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영사관 피습사건을 처음부터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는지가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이번 사건이 테러행위라고 국민들에게 말하기까지 2주일이나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첫 연설을 하면서 테러행위라고 밝혔다고 강조하면서 롬니에게 “연설문을 보라”고 쏘아붙였다.
당시 사회자인 CNN 방송의 캔디 크로울리도 “대통령은 당시 이를 테러행위로 규정했다”고 설명하자 롬니는 말까지 더듬으며 상황 수습에 애를 썼고, 2차 토론회는 오바마의 판정승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CBS 인터뷰 내용대로라면 오바마 대통령은 영사관 피습을 처음부터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셈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CBS가 오바마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분명하게 (발언을) 오도했다고 비난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CBS가 왜 이 내용을 당시 방영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면 왜 대선 전에 방영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아리 플레이셔 전 백악관 대변인도 뉴스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보도하지 않은 CBS의 결정에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BS의 영리한 누군가가 선거전에 이것을 공개하지 않으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