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만남서 ‘압력’ 주장…“연임 4가지 이유 제시”
최광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9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주도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문제와 관련해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지난해 10월 홍 전 본부장의 연임을 불허해 복지부와 갈등을 빚다 사퇴했으며 “정 장관도 외압을 받아 자신을 쫓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 수석이 최 전 이사장 사퇴나 홍완선 전 본부장의 연임을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광 전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11일 저녁 김현숙 수석과 정진엽 장관의 요청으로 서울 시내에서 만났고, 그 자리에서 김 수석은 ‘홍 본부장이 연임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정 장관은 연임시켜야 하는 이유 4가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정 장관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연금 기금운용공사 설립에 홍 본부장의 역할이 필요하고, 업무가 연속될 필요가 있고,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이 중요하며, 현 이사회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4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의 전문성 부족을 계속 지적했던 그는 연임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으며, 회동에는 청와대 비서 2명과 국민연금 임원 1명도 동석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이사장은 작년 10월 홍 본부장의 문제로 정 장관을 4차례(1·9·11·20일) 만났으며 연임시키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 장관이 1일에는 “연임은 BH(청와대)의 뜻이다”, 20일에는 “3일 안에 물러나라. 아니면 면직을 건의해 파면시키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이사장의 이런 주장은 그간 복지부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홍 전 본부장 연임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사장이 단독으로 10월 9일 비연임 결정을 내려 국민연금을 지도·감독하는 주무관청으로서, 경위 보고와 책임 있는 조치를 공문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갈등이 지속하자 최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 절차를 진행했고, 이사장은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도 당시 동반 사퇴했다.
최 전 이사장은 청와대 수석과 장관이 홍 본부장의 연임을 왜 원했는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10월 11일 최광 전 이사장과의 회동 사실을 인정했다.
정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연금 이사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청와대 수석과 복지부 장관이 홍 전 본부장 연임과 관련한 최 전 이사장의 의견을 듣고 나누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최 전 이사장의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진위를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작년 10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간에 기금이사 연임 문제를 두고 갈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고용복지수석은 정진엽 장관과 최광 이사장을 함께 면담해, 복지부와 공단이 상호 협의하여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복지수석이 최광 이사장 사퇴나 홍완선 이사 연임을 종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여부를 결정하던 당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을 결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후원하는 대가로 청와대 측으로부터 합병도움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며, 홍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