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 의견 속 미운털 우려 반응 자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력 비대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검찰은 20일 더불어민주당, 정부, 청와대가 내놓은 경찰 개혁안에 대해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기로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면 “검찰이 또 반발한다”는 이미지만 심어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당정청의 경찰 개혁안을 접한 뒤 “경찰 개혁과 관련해 (정부의) 큰 그림이 애초 계획과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개방직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통제 방안 마련, 자치경찰제 시범실시 지역 확대는 그동안 정부가 내건 약속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 국정과제 세부 이행계획,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정부 합의안에서 일관되게 “수사권 조정은 실효적 자치경찰제 도입, 행정경찰·사법경찰 분리 등과 연계해 추진한다”고 해놓고서는 이보다 후퇴한 경찰 개혁안을 뒤늦게 내놓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도 “지난주 문무일 총장이 실효적 자치경찰제 도입은 수사권 조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도,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지 않은 채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 비대화가 우려된다고 얘기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자치경찰제의 시범 실시 지역을 추가로 확대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치경찰제의 실효성과는 무관한 것 아니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자치경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데, 업무 범위 확대 등 본질과 무관한 대책만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정보경찰의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활동 범위를 명시해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 검사는 “아무리 형사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도 정보경찰을 기존 경찰에서 아예 분리해 다른 정부기관에 배속시키지 않으면 (정권 유착)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9-05-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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