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국정농단 2인자’ 도피 40일 만에 귀국… 車 “대통령 독대 안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국정농단 2인자’ 도피 40일 만에 귀국… 車 “대통령 독대 안 했다”

조용철 기자
입력 2016-11-08 23:12
수정 2016-11-0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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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공항서 압송돼 밤샘조사

최씨 관계·인사개입 묵묵부답
미르·K재단 통한 사업 핵심 역할
추진 사업들 예산 증액 특혜 의심
광고 수주·‘광고社 강탈’ 의혹도

현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최측근으로 중국에 머물던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8일 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현 정권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 최측근으로 중국에 머물던 광고감독 차은택씨가 8일 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검찰이 최순실(60·구속)씨의 최측근인 광고감독 차은택(47)씨를 8일 밤 체포하면서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차씨의 갖은 의혹도 실체를 드러내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밤 9시 40분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차씨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청사로 압송해 밤샘 조사를 벌였다.

차씨는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중국에 갔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져 마음이 복잡해 머물렀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만났을 뿐 독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씨와의 관계나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차씨는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께 너무 죄송하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차씨는 지난 9월 말 중국으로 떠난 뒤 40일 남짓 만에 자진 입국했다. 중국에서도 그동안 행적을 감춘 채 지내 사실상의 도피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최씨가 지난달 30일 입국한 뒤로 심경을 바꿔 귀국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 등을 통해 국내에 귀국 의사를 알리기도 했다. 차씨는 중국 상하이 한인 밀집지역과 칭다오에서 머물다 일주일 전쯤 일본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는 등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차씨와 최씨가 해외에서 사전에 만나 말을 맞췄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려 온 차씨가 본격적인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축인 문화·예술계 인사 및 사업 파행은 그 얼개를 드러낼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차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차씨 소환에 대비해 왔다. 지난 7일 김성현(43)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등 주변 인물을 줄지어 조사한 것도 차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먼저 차씨의 친인척과 지인들이 문화계 요직에 진출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인사에 차씨가 개입해 측근들을 앉힌 뒤 특혜 예산을 받거나 이권을 가로채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차은택 라인’의 등장 역시 결국 최씨의 작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차씨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대학원 은사이던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문체부 장관에 임명됐고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발탁됐다. 차씨가 추진한 사업마다 예산이 증액된 것과 두 사람이 무관치 않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2014년 71억원에 불과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예산은 2015년 4월 차씨가 주도한 이후 늘어나기 시작해 내년에는 1278억원이 배정된 상태다.

2014년 12월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 송성각(58·긴급체포)씨가 임명된 것도 차씨가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광고계 선후배 사이다.

차씨와 연결된 회사들이 KT 등 대기업 광고를 대거 수주하거나 정부 사업을 따냈다는 의혹도 있다. 차씨가 소유한 광고업체 ‘아프리카픽쳐스’는 올해 2월부터 9월 사이 제작된 KT의 광고 24건 중 6건을 제작해 특혜 의혹이 일었다. 차씨의 측근인 김홍탁(45)씨가 대표로 있는 더플레이그라운드도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업체임에도 현대차그룹 광고 6건을 수주했다. 이 밖에 차씨의 유령회사로 지목된 엔박스에디트는 정부 예산 9760만원이 투입된 ‘늘품 체조’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송 전 원장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에 대해서도 차씨가 관여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안 전 수석과 송 전 원장은 지난해 3월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인수전에 참여한 광고업체 대표에게 “인수 뒤 지분 80%를 넘기라”고 요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11-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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