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방문한 173번 환자 증상발현 12일만에 확진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70대 요양보호사가 확진 판정 2일 만에 사망했다.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던 사망자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채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했고 증상발현 12일 만에 중증 상태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감시대상자를 허술하게 관리함으로써 치료 시기를 놓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서울시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22일 확진 판정을 받고 24일 사망한 173번 환자(70·여)는 지난 5일 보호자 자격으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 방문했다.
방역 당국은 76번 환자(75·여)가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들렀던 사실이 확인되자 밀접접촉자 등을 분류해 자가격리, 능동감시 모니터링 등을 실시했지만 173번 환자는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173번 환자와 함께 응급실에 왔던 환자가 방역 당국에 관련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응급실을 방문한 지 5일 뒤인 10일 173번 환자는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 강동구의 목차수 내과, 종로광명약국, 일성당 한의원 등을 방문했고 정형외과 수술을 위해 18일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했다.
방역 당국이 173번 환자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하지만 환자는 이미 폐렴이 발생해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고 결국 20일 중환자실로 옮겨져 21일 기도삽관 처치를 받았다.
병세가 좋아지지 않아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173번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책본부는 173번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2천135명을 접촉자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을 자가 격리했다. 나머지는 능동 감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복지부가 의료 기관 방문자를 허술하게 파악해 관리대상을 빠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16일 확진자 명단에 포함된 삼성서울병원발 환자 3명(151번·152번·154번) 모두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 방문객이지만 방역 당국의 관리 대상에는 빠져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병이 옮은 141번 환자(42)와 142번 환자(31), 지난달 25∼28일 대청병원에서 감염된 143번 환자(31)도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 확인된 사례들이다.
방역 당국은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 방문객은 환자들의 성실한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 발생하는 ‘방역 구멍’의 크기는 크지만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도 없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역학 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지만 부실·허위 신고의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의료기관 방문자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방역 당국은 앞으로 응급실 일일방문명부를 비치해 의료 기관 종사자 외에 응급실을 방문하는 사람, 보호자, 구급차 직원, 용역업체 직원 등의 명단을 관리하고 의료기관이 이를 보관하도록 하게 할 계획이다.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관련 공문을 지난 23일 각 시도에 발송했다”며 “향후 주요 병원의 응급실을 대상으로 방문객 관리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