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감염 확산 왜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때문에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한 것처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2차 유행한 것도 정부의 늑장 대처 탓이 컸다.고개 숙인 삼성서울병원
송재훈(오른쪽) 삼성서울병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감염 현황과 조치 등에 대한 병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의료진과 함께 환자와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위로 인사를 하고 있다.
14번째 환자(35)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29일에야 병원 측에 이 환자가 메르스 의심자임을 통보했다. 이전까지는 보건 당국도 14번째 환자가 메르스 의심자인지 몰랐으며, 심지어 이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한 사실도 지난 4일에야 파악했다.
병원 측이 메르스 증세를 폐렴 증세로 알고 항생제 처방만 하는 사이 이 환자는 남는 병실이 없어 하루에도 수백명이 드나드는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보의 통보를 받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쯤 부랴부랴 14번째 환자를 격리했지만 이미 메르스 바이러스가 17명에게 전파된 뒤였다. 이 중 75세 남성은 지난 5일 지병과 메르스 증세가 겹쳐 사망했다.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14번째 환자는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으며, 바이러스가 많이 증식해 한창 뿜어져 나올 때여서 피해가 컸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7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가 환자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당시 의무기록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14번째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은 환자 675명, 의료진 218명 등 893명이었다. 또 이와 별도로 14번째 환자로부터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17명과 병원 내에서 접촉한 사람은 의료진 207명, 환자 508명 등 715명이었다. 이들은 현재 병실 또는 자택에 격리돼 있다. 문제의 14번째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측의 대응에도 허점이 있었다. 14번째 환자가 메르스 환자로 판명된 뒤에도 응급실을 폐쇄하지 않고 방역 소독을 마칠 때까지 2시간 정도만 응급실 환자 이동 및 진료를 제한했다. 방역 소독을 철저히 했는지에 대해선 정부와 병원의 주장이 엇갈린다. 권 반장은 “병원이 (환자가 머물렀던) 일정 구획만 소독했다”고 지적한 반면, 병원 측은 “응급실 전 구역을 완벽히 소독했다”고 반박했다. 35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병원 의사도 본인이 증상을 호소하기 전까지는 병원 차원에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메르스는 지난달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에게서 1차 유행하고, 같은 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사이에서 2차 유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68)로부터 바이러스에 전염된 2차 감염자는 많이 줄었지만, 2차 감염자인 14번째 환자로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전염된 3차 감염자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 유행이 이대로 잦아들지, 3차 유행이 시작될지는 삼성서울병원의 3차 감염자가 12일 전후로 병원 내 4차 감염을 또 일으킬지 여부에 달렸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차 감염 징후에 대해 “지난달 27~29일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잠복기를 감안할 때 지금이 본격적인 발병 시기여서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감염 유행은 현재 14번째 환자의 응급실 진료에 국한해 발생하고 있으며, 병원 내 다른 부서나 지역사회로의 전파는 없었다”고 밝히고 환자가 집단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5-06-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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