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검토 시스템 공신력 스스로 먹칠
평가원 “출제자 자질 등 개선 방안 마련”물리Ⅱ 0.97점 상승 예상… 상위권 손해
절대평가 한국사는 당락 영향 없을 듯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로 고개를 숙였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 생명과학Ⅱ와 영어 과목의 복수 정답이 인정된 이후 2년 만이다. 공신력이 생명인 출제기관이 출제 오류를 반복하면서 평가원의 문제 출제와 검토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평가원이 25일 이의 제기 심사 결과를 발표해 복수 정답을 인정한 한국사는 올해 처음 필수 영역으로 지정된 과목이다. “전 수험생이 치르는 과목에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훈 평가원 수능 본부장은 “한국사 14번 문항은 명백한 출제 오류가 맞다”고 인정한 뒤 “출제위원 자질 문제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욱 검토위원장이 지난 17일 수능 출제 경향을 설명하면서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류를 줄이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스스로 먹칠을 한 셈이 됐다.
한국사의 경우 복수 정답에 따른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평가에 따른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는데, 대부분 대학이 올해 3~4등급까지 만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답 없음’이 나온 과학탐구영역 물리Ⅱ 과목은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리Ⅱ 9번 문항은 로런츠 힘을 이용한 속도선택기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ㄱ~ㄷ의 보기를 주고 옳은 것을 모두 고르도록 했다. 평가원이 내놓은 정답은 3번(ㄱ, ㄷ)이었지만, 제시문에서 자기장의 방향에 대한 조건이 없어 ㄱ에 대한 진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의가 제기됐다. 보기 ㄷ만 옳다고 한 답이 없어서 정답 없음 판단이 나왔다.
물리Ⅱ는 서울대를 비롯해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과목이기 때문에 문제 하나가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가채점 결과로 추정할 때 1140명이 혜택을 받으면서 평균 점수는 0.97점 정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물리Ⅱ 시험을 치른 학생은 3500여명 수준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1-2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