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인정받던 나향욱, 소신·자존심 센 편…술자리 실언 인정 안해
한 종합일간지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9일 대기발령을 받은 가운데 그가 왜 이 같은 시대착오적 차별 발언을 했는지, 평소 그의 행적은 어떠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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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 靑행정관… 올해 정책기획관 승진
교육부 내 행시 동기로는 뇌물 수수 혐의로 현재 수감돼 있는 김재금 전 교육부 대변인이 있다. 김 전 대변인에 비해 승진이 다소 늦었지만 업무 능력은 물론 대인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의 밑에서 일했던 한 교육부 과장은 10일 “나 정책기획관의 발언을 언론에서 접하고 무척 놀랐다”며 “자신의 소신에 대해 고집이 다소 있는 편이었지만 부하를 막 대하거나 평소 언행이 거친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무관 시절부터 그와 함께했던 한 교육부 국장은 “업무적으로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관료로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지만 술자리 등에서 가끔 수위가 센 이야기를 꺼내 격론이 벌어지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발언은 그의 이런 면이 부각돼 불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행시 출신이어서 자존심이 다소 세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며 “자신이 꺼낸 말을 기자들 앞에서 주워 담기 싫어 계속 설명을 이어 가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술자리에 있었던 한 교육부 관계자는 “초반에 기자들과 학교 이야기라든가 자녀 이야기 등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한 시간이 훌쩍 넘어 술이 제법 들어간 뒤로 문제의 발언이 나왔고, 서로 오해가 생기면서 일이 커진 것”이라고 전했다.
●파면 청원 1만 돌파… 중징계 가능성 커
그러나 평소 언행이나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발언의 수위가 센 데다 국민의 분노가 워낙 큰 만큼 나 정책기획관이 중징계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도 나 정책기획관의 발언에 대해 중징계와 함께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부에서도 즉각 파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나향욱 파면 요구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며, 이미 1만여명 넘게 서명이 이뤄졌다.
교육부 감사관실은 이에 따라 조만간 나 정책기획관을 불러 발언의 경위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장관이 이를 받아 인사혁신처에 징계를 요구하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가운데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 파면·해임·강등·정직은 중징계, 나머지는 경징계로 분류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 고위공무원 가운데 개인적 발언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다만 사안이 워낙 위중한 만큼 나 정책기획관이 중징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7-11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