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데리러 갈까요” “낮잠·간식시간 헷갈려요”

“언제 데리러 갈까요” “낮잠·간식시간 헷갈려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7-01 22:46
수정 2016-07-0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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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첫날 학부모·어린이집 혼란

어린이집별로 등·하원 시간 달라 혼선
워킹맘 “종일반 프로그램 있긴 한가요”
다자녀 자격 부모들 통보 못 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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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3시 하원
아빠와 3시 하원 장대비가 쏟아진 1일 오후 3시쯤 한 남성이 아이가 탄 유모차를 우산으로 가린 채 서울 강서구의 어린이집을 나오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부모님들이 물어봐요. ‘언제 데리러 갈까요’, ‘바우처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라고요.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도대체 이걸 왜 하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은 맞춤형 보육 시행 첫날인 1일에도 전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한 달 넘게 부모들과 상담을 진행한 결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하던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원장은 “만 2세반 아이 14명 가운데 9명이 맞춤반”이라면서 “당장은 보육료 삭감으로 손해를 보겠지만 그렇다고 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집에 보낼 순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어린이집에서는 오후 3시 30분쯤 아이를 데리고 간 부모도 있었고, 오후 7시쯤 아이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하루 12시간 운영하는 종일반과 하루 6시간 이용하는 맞춤반 보육이 시행되면서 보육 현장의 혼란이 현실로 드러났다. 정부가 통원 버스 운영이나 간식 시간,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한 별도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세부적인 부분을 어린이집 상황에 맡기면서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될 우려도 보인다.

서울 성동구의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은 전날 밤늦게까지 ‘몇 시까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나’라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전체 20명 가운데 4명이 맞춤반인 이 어린이집은 평소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다. 원장은 “평소 3시쯤 하원 준비를 했지만 오늘은 2시부터 시작했다”면서 “하원 시간뿐 아니라 간식이나 낮잠 시간도 달라지니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부모들도 혼잡한 하루를 겪었다. 전업주부 강모(35)씨는 전날 저녁에야 어린이집 원장에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강씨는 “평소 오전 10시쯤 아이를 맡겼는데 날이 임박해서야 달라진 시간을 통보받는 바람에 제 시간에 아이를 보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종일반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다자녀 가구’ 기준이 바뀌면서 종일반 자격을 얻은 부모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정 통보를 받지 못한 부모도 있었다. 종일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보육 통합 시스템도 오는 4일까지 중지된 터라 어린이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없다. 김모(27·여)씨는 “종일반 자격을 취득했지만, 어린이집이나 지자체에 물어봐도 모두 기다려 달라는 대답 뿐이어서 일단 오후 3시에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정모(31·여)씨는 “7시까지 아이를 맡긴다 해도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운영에 대한 의문도 털어놨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6-07-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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