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소·집행정지 신청 병행
교육부가 누리과정(어린이집, 유치원)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은 서울과 광주, 전남 교육청 등을 상대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예산 집행 정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교육부 관계자는 4일 “서울, 광주, 전남 등은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는데도 교육청에서 시도 의회에 재의를 요청하지 않아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며 “재의 요청을 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 제소와 함께 예산 집행정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172조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때 교육부 장관은 본회의 의결로부터 7일 이내에 대법원에 교육청을 제소하고 집행정지 신청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대법원이 예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인건비 등 시설비만 지난해 수준으로 집행하는 ‘준예산’이 편성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교육부의 예산 집행정지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3개 교육청은 지난달 누리과정 예산을 짜면서 유치원 예산만 편성했다. 그러나 각 시도 의회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유치원 예산을 모두 삭감한 상태로 본희의 의결을 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예산 집행 정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3개 교육청은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광주는 5일, 전남은 6일, 서울은 11일까지 시도 의회에 재의를 요청할지 결정해야 한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실익이 전혀 없는 데도 교육부가 예산 집행정지 등으로 혼란만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당초 시의회에 재의를 요청하려던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시의회로부터 내부유보금을 승인받아 유치원 예산만 편성하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4일 준예산 편성 규모를 18조 3080억원으로 최종 확정해 경기도 의회에 제출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의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항목은 의결 전까지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으로 교부돼야 할 예산이 끊기면서 19만 8000여명이 이용하는 경기도 유치원의 보육 대란도 현실화됐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1-05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