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마을잔치에서 무슨 일이?…주민 31명 무더기 확진(종합2보)

양평 마을잔치에서 무슨 일이?…주민 31명 무더기 확진(종합2보)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8-15 12:27
수정 2020-08-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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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 대기하는 양평 명달리 주민들
코로나19 검사 대기하는 양평 명달리 주민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마을회관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15일 오후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0.8.15
연합뉴스
경기 양평군 한 마을에서 하루 만에 31명 확진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던 코로나19 감염이 지역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대규모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 양평에서는 한 주민이 마을잔치에 참석한 뒤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주민 31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15일 양평군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양평군 서종면 주민 3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29명은 지난 9일 명달리숲속학교에서 열린 ‘복달임’ 행사에 참석했던 주민들이다.

복날에 더위에 허해진 기운을 채우려 보양식을 먹는 ‘복달임’ 마을잔치를 올해는 15일 말복이 되기 일주일 전인 9일로 앞당겨 치렀다.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주민이 후원해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고, 폐교를 개조해 마을주민들이 체험행사장으로 운영하는 명달리숲속학교를 행사장으로 잡았다.

서울 돌아간 주민 확진…마을 방문 전 손자에게 감염된 듯문제는 복달임 행사에 서울 광진구 29번 환자(80대 남성)가 참석한 것이다.

광진구 29번 환자는 평소 평일에는 서울에 머물다가 주말이면 서종면 집에서 지내곤 했는데, 그는 복달임 행사에 참석하고 나흘 뒤인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앞서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손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진구 29번 환자는 지난 8~10일 서종면에 와서 복달임 행사 외에도 사슴농장, 음식점, 마트 등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복달임 전날인 8일 마을회관 마트(명달리 옆 노문리 소재)에서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셨는데 이들 중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진구 29번 환자의 마을 접촉자 61명 중 확진자 31명을 제외하고, 25명은 음성 판정이 나왔고 5명은 보류 판정을 받고 추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실내서 51명 함께 식사…노래방 기계도 사용
마을회관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마을회관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마을회관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15일 오후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8.15
연합뉴스
복달임 행사에 참석한 주민은 광진구 29번 환자를 포함해 모두 51명이었다. 명달리 주민이 253가구에 403명인데 마을 주민의 13%가 모인 셈이다.

당일 비가 내리면서 행사는 식당에서 진행됐는데 식당의 수용 인원은 최대 50명 정도다.

정오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된 가운데 오리탕과 삼계탕 등과 함께 주류가 제공됐다.

양평군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인 숲속학교 식당 내에서 접촉하며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숲속학교에는 노래방도 있는데 일부 어르신이 이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확진자 중 1명인 명달리 김주형 이장은 “중복에는 면사무소 인근 식당에서 복달임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어 말복 행사는 숲속학교에서 가졌다”고 설명했다.

김 이장은 “복달임 참석자 중 외지에 사는 분은 광진구 29번 환자가 거의 유일했고, 그 외엔 다들 동네 분들이라 안심하고 음식을 먹었다”면서 “숲속학교 도착 이후 식사 과정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벗은 것으로 안다. 어르신들을 대접한다고 한 것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난처해 했다.

마을 공동체 집단감염 첫 사례…추가 확진 가능성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역차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역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일대에서 15일 오후 방역차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8.15
연합뉴스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요양병원이나 교회 등 시설이 아닌 마을 공동체 단위에서 수십명이 하루 만에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처음이다.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종면에 역학조사관 10명을 대거 투입해 확진자들의 동선과 접촉자 등을 파악하고 있다.

또 서종면사무소, 명달리 마을회관, 명달리 다남의원에 현장 선별진료소 3곳을 추가로 설치해 접촉자를 포함한 희망 주민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음성이나 보류 판정을 받은 이들도 2차 검사에서 추가 확진될 가능성이 있고, 31명의 확진자 가족이나 이들과 접촉한 다른 사람들도 감염 가능성이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달임 행사 참석자의 평균 연령이 70대라는 점에서 중증 환자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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