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등 등교 첫날 표정
워킹맘 ‘연차’… 초등1 자녀와 함께 학교행“등교 전 자가진단 형식적… 효과 없을 듯”
중3 학생 “턱밑 마스크… 거리두기 안 돼”
교사 “등교·돌봄 지도 인력 턱없이 부족”
지역 감염 늘어 등교 중지될라 우려 고조
“교실서 마스크 벗지 마” “수업 잘 받고 올게요”
2차 등교수업이 시작된 27일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낀 1·2학년 학생들이 엄마, 아빠와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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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사는 ‘워킹맘’ 백훈(45)씨는 이날 초등학교 1학년 자녀의 첫 등교를 지켜보기 위해 연차를 썼다. 1m 간격으로 줄을 선 아이들은 체온을 재고 손을 소독제로 닦고서야 학교 본관으로 들어갔다. 백씨는 “등교 전 자가진단을 했는데 문항이 형식적이어서 효과는 없을 듯하다”면서 “교실이나 급식실에 칸막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여파가 ‘n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27일 전국의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긴장감 속에 올해 처음으로 등교했다. 이날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학생들의 ‘한 줄 서기’를 위해 콘이 세워졌다. 아이들은 “마스크 꼭 써야 한다”는 부모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선생님과 친구들을 보자 반가운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첫날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선생님의 인솔하에 1m 간격으로 줄지어 나와 학부모 대기소에서 손을 흔드는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뛰어갔다. 일부 학생들은 감염 우려에 급식을 하지 않고 30분 일찍 집에 돌아갔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우선 등교하도록 한 것은 저학년이 고학년에 비해 교사의 생활지도를 잘 따라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한다는 판단에서다. 고학년이 등교하기 전 모든 교직원이 저학년의 학교 적응을 우선으로 도울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면역력이 약하고 학교가 낯선 저학년이 성인도 버거운 방역 수칙을 지키며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데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1학년 학부모 김모(38)씨는 “아이가 30분만 지나면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는데 걱정이 앞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학교 굳게 닫혀
2차 등교수업이 시작된 27일 학생 한 명이 확진자로 확인돼 등교가 연기된 서울 은평구 연은초등학교는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학교 방역의 ‘첨병’이 된 일선 교사들도 부담감을 호소했다. 경기 화성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발열 체크 때문에 등교가 늦어져 학부모들의 항의도 받았다”면서 “격주나 격일 등교로 접촉을 최소화해도 긴급 돌봄이 필요한데, 정규 등교 학생과 긴급 돌봄 학생을 동시에 봐야 해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수업보다 방역에 더 신경을 써야 해서 저학년에게 중요한 인성 교육 등은 못 하고 있다”면서 “확진자 0명이 일주일 넘게 지속될 때 등교 수업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진정되기는커녕 확산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 안팎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등교가 중지되는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생들의 학교 내 감염 우려는 물론 등교와 귀가, 기숙사 입퇴소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의 고등학교 2학년 정모(17)양은 “설사하거나 열이 조금 나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고, 동네에 확진자가 나오면 다시 원격수업을 해야 해 학교에서 계획했던 일들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0-05-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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