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시율 71.1%로 쏠림 현상 과열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 I을 지원한 응시자는 5만2천626명으로 전체의 71.1%나 차지했다.
제2외국어·한문 응시자 가운데 10명 중 7명은 아랍어 시험을 본 셈이다. 이같은 비율은 지난해 아랍어 응시자 비율(52.8%)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수능에서 아랍어 시험이 추가된 것은 현행 선택형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부터다.
2005학년도 시험 첫 해만 해도 아랍어 응시자는 중동 지역에 살다 온 학생 등 위주로 531명에 불과했다. 2005학년도 본 수능에 앞서 실시된 9월 모의고사에서는 아랍어 응시생이 단 1명에 그치기도 했다.
이처럼 아랍어는 초기엔 외면받는 과목이었으나 오히려 그 점이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요인이 됐다. ‘지원자도 많지 않은데 조금만 공부하면 쉽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2005학년도 첫해 531명에 그쳤던 응시생은 이듬해 수능에서 2천184명, 2007학년도 5천72명, 2008학년도 1만3천588명, 2009학년도 2만9천278명 등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아랍어 응시자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더니 올해 수능에서는 급기야 70%까지 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다른 제2외국어 과목 지원자는 초라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일본어 8.1%(5천987명), 중국어 5.4%(3천982명), 베트남어 I 4.9%(3천613명), 한문 I 4.3%(3천147명) 등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은 응시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학생들이 오로지 ‘점수’를 위해 아랍어를 선택하는 비정상적 상황의 문제점을 출제기관인 평가원도 인식하고 있다.
이용상 평가원 수능 기획분석실장은 “‘아랍어 로또’ 보도가 나오고 있어 학생들이 이왕이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아랍어를 선택하자는 심리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능에서 해결하기보다는 교수·학습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