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열린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간담회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앞에 국정 한국사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놓여있다. 이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 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에 따른 일선 교육현장 적용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철통보안’을 유지했던 집필진 명단도 28일 교과서 현장검토본과 함께 공개됐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국정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집필진이 꾸려지다보니 관변 성격이 강한 인사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교육부가 공개한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은 모두 31명이다. 고교 한국사에 27명이,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31명이 참여했으며 대부분은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동시에 참여했다.
대표 집필자로 이미 공개됐던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선사·고대) 외에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상 근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이상 현대) 등이 포함됐다.
기존 검정 교과서는 교원 1∼2명이 1개 단원 전체를 집필했지만, 이번 국정 교과서는 인원을 대폭 보강해 1개 단원을 교수 3명과 교원 1명이 함께 집필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교과서 편찬을 전담한 국사편찬위원회는 “균형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공모와 초빙을 통해 학계의 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했다”면서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을 집필에 참여시켰다”는 것이 국편의 설명이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을 놓고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집필진을 두고 벌써부터 “친(親) 정부 성향의 관변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한국근·현대사 집필자들이다. 한국 근·현대사는 여전히 학계에서도 진보·중도·보수 등 진영에 따라 역사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려 이번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누가 포함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가장 큰 특징은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 역사학자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 부분은 모두 5명의 교수와 1명의 현장교사가 참여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현 국사편찬위원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주로 연구해온 정치학자다. 현재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어 ‘관변’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중앙대 김승욱 교수와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경제사를 연구해온 경제학자들이다. 특히 김낙년 교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의 중심에 있던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기도 했다. 일본 강점기나 박정희 정부 시절의 경제성장을 축적된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해왔으나 주류 역사학계와 거리를 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정치학자이고, 나종남 교수는 육사를 졸업한 장교 출신으로 미국 유학을 거쳐 현재 육사에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 역사학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수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현대사 집필진에 역사학자가 거의 없는 것과 관련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 현대사로 내려올수록 우리 역사는 세계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또 현대사학계와 사회과학계열 사이의 학제 간 연구가 깊을수록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사 부문의 ‘역사학자 공백’과 더불어 집필진의 성향과 관(官) 주변 연구자가 많다는 것도 집필진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의 이유로 제시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