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소탄 실험… 전문가들 “수소탄이라면 굉장한 불발탄”

北 수소탄 실험… 전문가들 “수소탄이라면 굉장한 불발탄”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1-06 15:43
수정 2016-01-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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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규모는 기상청이 발표한 4.8 아닌 5,1일 가능성 높아”

6일 북한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실험 결과일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실제 북한의 발표대로 수소탄 실험인지를 놓고는 유보적인 견해를 내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그간 북한에서 계속 오전에 핵실험을 한 점, 지진 발생지가 북한에서도 지진이 가장 드문 곳인 점, 진원 깊이가 0㎞인 점 등을 보면 이런 지역에 규모 5.1이라는 자연지진이 발생할 공산은 매우 작다”며 핵실험에 무게를 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해당 지역에 자연지진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인공지진임이 확인됐다”면서 “자연지진은 여러 번 횡파가 나타나는데 이번 지진은 수직파만 있다가 끝났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 소장 역시 “해당 지역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지점”이라며 “핵실험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북한이 발표한 대로 이번 지진이 수소탄 실험에 따른 결과로 발생했는지는 당장 확언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균렬 교수는 “수소폭탄인지는 지금 누구도 알 수가 없다”면서 “폭발력이 몇만t 수준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통 수소폭탄은 수십만∼수천만t 규모는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이라면 굉장한 불발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수소탄이 아니라 증폭핵분열탄(증폭탄)이라면 이해가 된다”며 “증폭탄은 중간 단계에 삼중수소만 많이 넣으면 수소폭탄이 되므로 둘의 원리는 거의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에서는 삼중수소를 거의 얻을 수 없어 이를 만들려면 원자로, 중수로, 경수로 등이 필요하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서 교수는 “결국 수소탄의 불발이거나 증폭탄 실험 정도로 이해되지만, 지금으로선 수소탄 실험을 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태경 교수는 “지진파형은 폭발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데 효율적이지만 수소탄인지까지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규모 5.1이라면 수소탄치고는 규모가 작고, 동해 상으로 날아오는 공기 중 핵종을 포집해서 분석하거나 종전 핵실험 때와 파형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구 소장은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지역이라고 해도 조금만 멀어지면 지질 구조가 달라진다”며 “파형 분석은 물론 지질 구조 차이 유무까지 모두 분석해야 하기에 수소탄인지는 미국도 금방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지진 규모를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5.1로 발표했다가 5.2로 높였고,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5.1, 중국지진센터는 4.9로 밝혔다. 반면 한국 기상청은 애초 4.2로 발표했다가 이후 4.3을 거쳐 4.8까지 상향했다.

김 소장은 이런 차이에 대해 “한국은 남쪽에서만 북한 지진파를 관측할 수 있지만 미국은 폭발 지점을 둘러싸고 100개가 넘는 관측소가 있다”며 “미국 측이 발표한 5.1이 더 정확한 수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에게 “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하는데 (지진 규모를) 측정한 것으로 봤을 때에는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지난 3차 핵실험(위력)은 7.9kt, 지진파 규모는 4.9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위력이) 6.0kt, 지진파는 4.8로 더 작게 나왔다”면서 “수소폭탄은 (위력이) 수백t이 돼야 하고 실패해도 수십t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이 의원이 말했다.

황인우 국방부 차관도 이날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주장에 대해 “현재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황 차관은 “추가로 정보 판단을 해서 그것이 어느 정도 위력인지, 어느 정도 규모로 예측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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