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소탄’실험> 한국경제 영향 제한적일 듯…‘학습효과’ 덕분

<북 ‘수소탄’실험> 한국경제 영향 제한적일 듯…‘학습효과’ 덕분

입력 2016-01-06 14:53
수정 2016-01-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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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핵실험 당시 금융시장 여파 이르면 1~2일 만에 원상회복중국·중동 등 대외리스크 겹쳐 불안 가중될 수도…정부, 비상계획 점검

북한이 6일 수소탄 실험을 전격 실시한 것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코스피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다소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예고된 악재인 데다가 북한 위험요인에 대한 학습효과가 살아나면서 악화했던 지표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충격에선 벗어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처럼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와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긴 하겠지만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시장 움직임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별 위기가 구체화할 경우 대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 코스피 소폭 하락…원/달러 환율은 1,200원 근접

북한의 수소폭탄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6일 국내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7.24포인트(0.38%) 떨어진 1,923.29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북한 풍계리 핵시설 인근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낙폭을 키워 오전 한때 1,911까지 하락했으나 서서히 낙폭을 줄여 1,920선 위로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이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번에도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1∼3차 핵실험 때도 코스피는 핵실험 당일 날 하락세를 보이다가 서서히 반등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험이 많을수록 금융시장의 공포심은 약해진다”며 “북한 핵실험 이후 시장 복원력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증시 급락 사태 이후 바로 북한 핵실험이 터져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시장은 주식시장보다는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역시 곧바로 충격에서 벗어나는 양상이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 2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195.7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한때 장중 1,197.90원까지 올라 1,200원에 바싹 다가섰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의 달러당 1,172.5원에서 3일 만에 25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달러화 강세 기대와 중국 금융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남북한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지 않는 한 이번 수소탄 실험이 원/달러 환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1∼3차 핵실험 때 학습 효과…악영향 단기·제한적

과거 1∼3차 핵실험 등 북한발 악재가 터진 사례를 살펴봐도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영향만을 받았다.

짧으면 하루 이틀, 길면 2주 안에 원상회복했다.

2006년 10월 9일 1차 북한의 핵실험 때 주가는 33포인트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원 오르며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주가는 5거래일, 외환시장은 14거래일 만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9년 5월 25일엔 3거래일간 주가가 42포인트 하락했다가 6거래일째에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환율은 3거래일간 22원 급등했다가 4거래일째부터 원상회복했다.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더욱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1포인트(0.26%) 내리는 데 그쳤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090.8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오히려 4.9원 내렸다.

북한발 악재 중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응했던 것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였다.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도발이라는 원인이 발표되자 주가는 4거래일간 69포인트 하락하고 환율은 4거래일간 88원 올랐다. 그러나 당시에도 6거래일 만에 주가와 환율 모두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던 탓에 주가는 당일 63포인트 떨어지고 환율은 16원 뛰었다.

그러나 주가는 2거래일 만에, 환율은 하루 만에 각각 사망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북한발 악재가 한국 경제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북한과 관련한 리스크가 두드러질 때마다 투자자들의 학습효과 덕분에 국내 금융시장의 동요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대응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1∼3차 때처럼 북한의 이번 수소탄 실험 자체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국·중동 리스크 겹쳐 대외불안 가중…정부 대책팀 구성

북한의 첫 수소탄 실험 발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그치면서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응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어 앞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연출되면 부정적인 여파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연초부터 중국 경기 둔화 같은 대외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북한발 악재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폭될 경우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의 충격으로 우리 금융시장에서도 코스피가 새해 첫 거래일 급락하는 등 영향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끊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석유수급 시장도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태윤 교수는 “대외리스크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리한 형태의 투자를 하거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자제하고 정부 차원에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부는 서울 은행회관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점검에 나섰다.

회의를 주재한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이후 주식·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다가 회복됐다”며 “조선중앙TV의 확인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관계기관 합동 점검대책팀을 구성해 24시간 점검체계를 가동하고, 핵실험만이 아니라 중국 금융불안 등 제반 리스크에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점검해 필요시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모니터링 강화 및 컨틴전시 플랜 점검과 더불어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칫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디스는 2003년 2월 우리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적이 있는데 북핵 탓이었다.

당시 2차 북핵 위기가 북한의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등으로 이어지자 등급 전망을 내린 것이다.

최근에는 크고작은 북한발 악재에도 국제신평사들이 특별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수소탄 실험의 경우 신용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이슈인 만큼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국제신평사들에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등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있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이번 사태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 쓸 방침이다.

정 부위원장은 “해외 신용평가사 등에도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등 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안정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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