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 선박침몰 3일째 시신 잇달아 발견…사망자 12명

베링해 선박침몰 3일째 시신 잇달아 발견…사망자 12명

입력 2014-12-03 00:00
수정 2014-12-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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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사조산업 원양 트롤어선 ‘501오룡호’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선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잇달아 발견됐다.

사고 3일째인 3일 시신 11구가 인양돼 이번 사고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2명으로 늘었다.

국민안전처 산하 부산해양안전서가 오룡호 침몰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고, 선사인 사조산업의 주진우 회장은 이날 사고 후 처음으로 선원가족들을 만나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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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는 사조산업 경영진
고개 숙이는 사조산업 경영진 러시아 극동 서베링해에서 선원 60명을 태운 트롤선 ’오룡501호’가 침몰한 가운데 2일 오전 사고 선박 선사인 사조산업 부산지사에서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과 임채옥 이사(가운데) 등 경영진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사고해역서 선박 4척 밤샘 수색…오전부터 시신 인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구조조정본부는 이날 사고 해역에서 모두 1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

이에 앞서 사조산업은 현지에서 밤새 수색작업을 벌이는 어선이 7구의 시신을 인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이번 사고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은 사고 첫날 1명을 포함해 12명으로 늘어났다.

구조된 사람은 7명이며, 4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수습된 시신 가운데 한국인 3명은 김태중(냉동사·55), 김범훈(2항사·24), 김순홍(3항사·21)씨로 신원이 확인됐다.

한국인 사망자는 사고 첫날 구명 뗏목을 타고 탈출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을 거둔 이장순(조기장·50)씨를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선원 가운데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선원 7명, 필리핀 선원 1명으로 추정된다.

일부 시신은 사고해역에서 남서쪽으로 9마일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지만 나머지 시신의 인양 위치와 신원 등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조산업은 전했다.

◇ 잇단 시신 인양 소식에 실종자 가족 ‘망연자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 선원 가족들은 오열했다.

사고대책본부가 마련된 부산시 서구 사조산업 부산본부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는 실종자 가족 30여명이 모여 시시각각 전해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실종자 김태중(오룡호 냉동사)씨의 한 가족은 “처음 시신 인양 소식이 들렸을 때 대기실이 한바탕 울음바다가 됐다가 진정됐다”면서 “착잡한 심정을 어찌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실종 선원 가족은 “사조산업 측에 시신으로 발견된 선원의 신원을 빨리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막상 선원 시신이 잇달아 발견됐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부유물 등이 모여 있는 사고해역 인근을 선박 4척이 집중 수색하다가 시신을 발견, 인양했다고 현지 선박에 타고 있는 한국인 감독관으로부터 연락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고해역 날씨가 조금 나아질 것으로 예보돼 수색·구조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국 선박·항공기 수색현장 투입…기상 여전히 나빠

수색작업이 벌어지는 베링해의 풍속은 현재 초속 18m로 사고 당시보다 조금 약해졌다. 하지만 파도가 4m에 달해 수색작업을 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색작업은 베링해에서 조업 중이던 국내 수산업체 소속 어선 3척과 함께 러시아 선박 1척이 투입돼 밤새 진행됐다.

또 사고 3일째인 3일 오전부터는 미국 코스트가드 소속 비행정과 선박 5척이 추가로 투입돼 사고해역에서 수색작업에 동참했다.

미국 수색구조함은 4일 오전 6시께 현장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편 외교부 신속대응팀도 수색작업을 지원하려고 2일 밤과 3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로 차례로 출발했다.

신속대응팀은 현지에서 러시아 정부와 협력해 수색작업을 돕고, 생존자 등에 대해 현장 지원을 벌일 예정이다.

◇ 부산해양안전서, 오룡호 침몰 사고 수사 시작

’501 오룡호’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국민안전처 산하 부산해양경비안전서의 수사가 시작됐다.

부산해양안전서는 이날 오전 이현철 형사계장(경감)을 팀장으로 하는 17명으로 수사팀을 꾸리고 사조산업의 오룡호 도입, 검사, 수리와 관련한 자료 확보에 들어갔다.

부산해양안전서는 특히 건조한 지 36년이나 된 오룡호의 선체 결함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부산해양안전서는 또 오룡호 선원 가운데 러시아 감독관과 외국인 선원 6명(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1명)을 국내로 송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이들 선원을 사조산업 선박이나 인근에 있는 다른 우리나라 선박에 태워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보름 후에나 생존자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감독관 등이 입국을 거부할 수도 있어 수사가 장기화하거나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해양안전서는 기초 자료 조사와 생존자 조사, 현지 구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대로 선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부산해양안전서의 한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최우선 과제인 만큼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겠지만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히고 사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사조산업 “사고수습에 최선…선체인양 검토”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은 2일 오후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부산시 서구 사조산업 부산본부를 찾아 실종자 가족들과 첫 대면하고 1시간가량 면담을 했다.

주 회장은 “그동안 사조가 해온 조치들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고 이는 저희가 하는 일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사고 수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것을 약속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 회장은 3일 오전 브리핑에도 참석해 “큰 심려를 끼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밝혔다.

사조산업은 “실종된 선원 상당수가 선체 안에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시신을 인양하려면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는 선원 가족들의 주장에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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