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사고 소방관 5명 가족 병원 찾아 ‘오열’
“다친 거지? 죽은 거 아니잖아. 말도 안 돼.”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5명의 가족들이 17일 오후 시신이 안치된 광주 KS수완병원을 찾았다.오후 6시 50분께 가장 먼저 병원에 도착한 젊은 여성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 여성은 사고 설명회 장소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까지 “오빠 다친 거지? 죽은 거 아니잖아. 제발”이라고 수없이 혼잣말을 되뇌었다.
이어 오후 7시 10분께 춘천소방서 버스로 도착한 다른 가족들은 동행한 소방관들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내린 뒤 병원 간판을 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열했다.
일부 가족들은 입을 가리며 숨죽여 눈물을 흘렸지만 울음소리는 빗소리에도 가려 지지 않았다.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헬기가 광주 도심에 추락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된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헬기는 아파트단지 바로 옆 인도와 잔디밭 사이에 추락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헬기에 탑승한 소방관 5명 전원이 순직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버스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소방관들은 오후 2시 30분께 춘천을 출발해 광주에 도착할 때까지 5시간여간 가족의 통곡이 끊이질 않았다고 전했다.
내려오는 도중 휴게소에 두 차례 들렀지만 아무도 버스에서 내리지조차 않았다.
강원도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조종사 정성철 소방경의 아내는 ‘아침에 남편과 통화할 때 오늘 오느냐고 물으니 날씨가 안 좋아 기다려 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하고는 오열했다”고 전했다.
이재화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장은 이날 병원 세미나실에서 가족들에게 사고 경위와 신원 확인을 위한 가족 DNA 채취 필요성, DNA 검사 절차 등을 설명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앞서 사고 현장과 장례식장을 차례로 찾아 사고 수습에 힘을 쏟아줄 것을 당부한 뒤 설명회장에서 가족들을 만났다.
최문순 강원 지사는 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지사는 이날 설명회에서 가족들과 만나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사고 현장과 병원을 찾았다.
가족들은 설명회가 끝난 뒤 사고 현장에 가보려 했으나 심신이 쇠약해져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30분∼1시간 넘게 병원에서 머물다가 숙소로 향했다.
가족들은 DNA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2∼3일간 광주에서 체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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