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심각성·국민 정서 고려해 중형 불가피살인의 고의성 규명 쟁점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이들에게 적용된 살인죄가 인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안의 심각성과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살인의 고의성 규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운항의 핵심 역할을 맡은 이준석 선장과 1·2등 항해사, 기관장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11명에게는 유기치사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날 경우에는 수백명의 승객이 숨질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면서도 탈출을 감행했고 관련 법률과 운항관리규정에 규정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를 인지하고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해경, 선사와 교신하고 탈출하기까지 40여분 동안 퇴선 명령을 비롯한 구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은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다.
특히 일부 동료 승무원들이 다친 것을 목격하고도 이들을 구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승무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법률 개념상 직접적인 살해 행위가 아닌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부작위에 의해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면서 승무원에게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승무원들의 교신 내용과 생존자 진술 등으로 볼 때 살인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법규 해석과 법리 적용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사망자 전원을 피해자로 볼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살인 혐의가 적용된 승무원들이 공소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의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무원들이 탈출하고 나서도 해경 등에 의해 구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논리를 펼 경우에 이를 반박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당시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됐지만 법원은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