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혐의 소명에 자신”’종교탄압’ 피하고 사법부에 공 돌려
검찰이 16일 소환 조사에 불응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에 대해 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통상 검찰은 주요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하면 재차 출석을 통보하거나 잠적 우려가 있을 경우 체포영장을 통해 신병을 확보한다.
소환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유 전 회장처럼 주요 피의자의 경우는 대면조사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검찰이 유 전 회장 혐의를 상당 부분 소명해 직접 조사없이 구속영장 발부를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측근들을 조사하면서 최대한 신속히 유 전 회장 일가의 혐의 입증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법원이 잘 판단할 거라 믿는다. 열심히 수사했고 기록에 저희 노력이 다 담겨있다”며 영장 발부에 대한 자신감을 비쳤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종교탄압’을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기관인 법원에 공을 넘겨 유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의 ‘명분’을 얻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법정에 출석해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형사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원은 구원파의 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3일 유 전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하면서 금수원에는 구원파 신도가 속속 집결해 현재 1천여명이 이르고 있다.
신도들은 검찰이 강제 진입할 경우 금수원 정문에 내건 플래카드 문구대로 ‘갈데까지 가보자’는 극단적인 분위기도 풍기고 있다.
따라서 유 전 회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진입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신도들과의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고 유 전 회장의 법정 출석을 유도하겠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검찰 소환에 불응한 유 전 회장이 과연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상 검찰이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구인을 위한 구금영장을 발부한다. 유효기간은 7일이다.
법원은 구인영장을 발부할 때 심문예정기일을 표시한다. 다만 심문예정기일은 구속력은 없는 권고적 의미만 갖고 있다.
검찰이 유효기간 내에 구인영장을 집행해 1주일 안에 피의자를 데리고 오면 바로 실질심사가 열려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미체포 상태에서 구인 후 구금되면 인치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안에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주일이 지나면 구인영장의 효력이 상실된다. 이 경우에는 유효기간이 만료된 구인영장을 반환하면서 추가로 새 구인영장을 발부받게 된다.
통상 구인영장은 차수의 제한은 없지만 3차까지 발부된 뒤 그래도 집행이 안되면 판사가 심문을 취소하고 피의자없이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유 전 회장이 실질심사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검찰 수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