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못 떠나는 팽목항…슬픈 기다림 이어져

죽어서도 못 떠나는 팽목항…슬픈 기다림 이어져

입력 2014-05-02 00:00
수정 2014-05-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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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댁’ 한 모씨 시신은 찾았으나 남편, 아들은 아직도이국서 달려온 친아버지 기약없는 기다림…외손녀만 살아남아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째. 기약없는 잔인한 기다림을 이어가는 실종자 가족들과 간신히 살아남아 바다에 남은 친구와 제자를 기다리는 단원고 교사, 학생들이 있다.

살아남은 자들의 기다림. 그러나 죽어서도 슬픈 기다림을 이어가는 어머니가 있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승객들의 도움으로 홀로 구조된 권모(6)양의 어머니 한모(29·사망)씨다.

사고발생 8일 만인 지난달 23일 밤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건만 그녀는 여전히 팽목항에 홀로 남아 ‘통곡의 바다’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사고현장에 두고 홀로 가지 못하는 까닭이다.

잠수사에 의해 발견된 뒤 10일이 다 되도록 팽목항 임시안치소에서 그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하지 못할 슬픈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사문제로 하루가 지체되는 바람에 타게된 세월호는 단란했던 4인 가족의 비극을 초래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한씨는 서울에서의 힘든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려고 귀농을 결정한 뒤 아이들, 남편과 함께 이사를 하던 도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한씨는 마지막까지도 어린 딸을 구하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히고 등을 떠밀어 권양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딸은 구했으나 정작 한씨는 남편, 아들과 함께 세월호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달려온 아버지 A(68·베트남)씨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과 사촌 집 등에 머물며 사위와 손자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남편의 형 권씨는 “제수씨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곧 동생과 조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다리는 소식은 없고 벌써 열흘이 지났다”며 “부디 편히 저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찾게 해달라”고 바랐다.

한편, 권씨와 A씨 등 유족은 실종된 권씨와 아들의 생사가 확인되는 대로 시신을 서울로 옮겨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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