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유서에 “회장님, 고객들에게 이럴 수는 없어요” 유족 “부사장, 빈소 찾아 회사 책임 통감한다” 전언
“참 열심히 일했던 직원인데, 너무 성품이 곧아서…, 마음고생 컸을 거예요.”4일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양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증권 제주지점 직원들은 가슴에 ‘근조’(謹弔)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단 채 근무하고 있었다.
이틀 전 동료직원이었던 고모(42·여)씨가 최근 불거진 동양증권 사태로 힘들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애달파하며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직원들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일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허윤 동양증권 제주지점장은 “지금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너무 애통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경력의 고인은 7년간 입·출금 업무를 담당하다 최근 3년 전부터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좁은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믿고 투자한 지인과 다른 투자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책감 등 마음고생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들도 사내 전산망 게시판에 전국에서 망인에 대한 추모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우리도 어제 조문을 가서 빈소를 지켰다. 가족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3일부터 차려진 빈소에는 서명석 동양증권 부사장을 비롯한 많은 조문객이 찾았다.
고인의 오빠는 “지금 뭐라고 말하기가 정말 힘들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제 부사장이 빈소를 찾아 동생이 법에 어긋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직접 말했고 동생의 죽음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숨진 고씨는 지난 2일 오후 3시 9분께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도로 상에 주차된 아반떼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날 오전 2∼3시께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온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가족이 경찰에 미귀가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부터 건네 받은 고씨의 유서 사본에는 “동양 회장님, 개인고객들에게 정말 이러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이런 일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직원들에게도 이러실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라며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을 원망했다.
또 “회장님을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도 믿었습니다. 제 고객님들께 조금이라도 더 드리면서 관리하고 싶었고 정말 동양그룹을 믿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네요”라며 하루속히 개인고객들의 문제가 전부 해결됐으면 하고 끝까지 책임 못 져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