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매수돼 녹음 목적으로 회합 참석해도 증거 인정돼”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피의 사건 수사에 국가정보원의 ‘프락치 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적 조직) 회합’ 녹취록의 증거능력 여부가 주목된다.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와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통합진보당 간부 3명의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은 대부분 지난 5월 열린 RO 회합에서의 강연과 토론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녹취록을 작성하는 데 국정원의 조력자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역시 수사에서 ‘내부 제보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매수설을 통해 이번 수사의 도덕적 문제를 부각시키고 나아가 불법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를 들어 수사 자체의 정당성을 다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녹취록의 근거가 된 녹음이 영장에 의한 합법적 감청으로 이뤄졌는지, ‘프락치’ 또는 제보자가 녹음해 국정원에 제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원래 RO의 일원인 제보자가 회합 현장에 참석해 강의·토론 내용을 녹음한 뒤 변절해 국정원에 자료를 제공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정원에 이미 매수돼 오로지 녹음할 목적으로 회합에 참석했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개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허용된다. 단지 도덕적 비난의 소지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제보자로부터 녹취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수단을 썼다면 불법적인 증거 수집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는 감청에 해당하는 데도 국정원이 수사의 편의 때문에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반박도 가능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2일 “프락치가 개입했다면 국가기관이 민간인을 회유해 비윤리적으로 수사한 것”이라며 “여러 학설상 논의는 있지만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녹취록 이외의 결정적인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이 의원 등을 재판에 넘기더라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에서 변호인이 증거에 부동의한다면 검찰은 녹음된 파일의 원본이나 녹음 당사자, 당시 참석자의 법정 증언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