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과 작업 근로자 폭발사고 원인 두고 갈등
1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의 폭발사고의 원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폭발 원인을 두고 용접 작업 중 사일로(silo·저장탑) 내부에 남아있는 분진에 의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측과 가스가 원인이라는 당시 작업 근로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화학공장이 밀집된 여수산단에서는 잔존 분진이나 가스로 인한 대형 폭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도 같은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어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사일로 내부 남은 분진으로 폭발 = 대림산업은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중간제품인 분말상태의 플러프(fluff)를 저장하는 사일로에 맨홀을 설치하려고 용접하던 중 내부의 분진으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사일로 2층에서 내부검사를 위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맨홀을 설치하려고 보강판을 용접하다가 불꽃이 남아있는 분진과 반응을 일으키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사측은 정기 정비계획에 따라 지난 12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정비에 들어가기 전 사일로 내부를 질소와 공기로 충분히 치환, 가연성 가스를 없앴다고 강조했다.
점검도 5차례 실시했다며 남아있는 가스는 없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분말 형태로 저장한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완전히 빼냈지만 조밀한 가루들이 사일로의 벽에 붙어 있거나 내부 공기 중에 떠있었다면 작은 불꽃에도 연쇄적으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은 열어놨다.
밀가루를 저장한 통에서 밀가루를 빼내더라도 미세한 분말이 남아 있는 것처럼 이번 사고도 미세한 분진에 불꽃이 붙으면서 폭발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근로자들 “가스 남아있었다” = 당시 작업 근로자들은 작업에 투입됐을 당시에도 가연성 가스가 남아있었다고 증언했다.
정비에 들어가고 나서도 다른 사일로에서는 치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연성 가스를 질소와 공기로 치환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폭발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또 사측의 공정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강요와 안전 관리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정식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지만 공기 단축을 위해 밤까지 무리하게 연장 작업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다 안전 대책마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바로 옆 사일로에서 잔존 가스에 의해 똑같은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점도 사측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당시 사일로 6개 가운데 2개가 피해를 봤고 폴리에틸렌 5t가량이 외부로 유출됐다. 다행히 작업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 가연성 가스에 의한 폭발인 것으로 밝혀졌다.
◇’화약고’ 여수산단 = 여수산단에는 GS칼텍스, LG화학, 여천NCC, 호남석화, 금호석화, 한화케미칼, 남해화학, 한국바스프 등 석유화학업체 60여개를 포함해 총 220여개 기업이 자리하고 있어 ‘화약고’로 일컬어진다.
크고 작은 폭발이나 화재, 가스누출 등으로 지금까지 200여건에 육박하는 각종 사고로 1천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이 나서 안전점검을 시행했지만 안전과 직결된 부실 사례는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이번 사고처럼 가스나 분진으로 인한 폭발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대형 폭발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안전관리체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고 근로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마저 받지 못한 채 목숨을 걸고 현장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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