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暴 정부대책 ‘재탕’…교사 역할 확대론 확산

學暴 정부대책 ‘재탕’…교사 역할 확대론 확산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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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외면하고 대처 미숙한 교사 문제”

“초등학생이 집단 따돌림 피해를 전화 신고하자 담임 교사와 6학년 부장 교사가 ‘반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며 강요해 신고를 취소했습니다. 학교는 전화 신고가 왔다는 사실을 대장에 기록조차 하지 않았더군요”(학부모 A씨)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또래 친구 2명에게서 계속 언어 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담임 교사는 가해학생을 용서한다는 진술서를 쓰라고 하고는 사건을 종결시켰습니다”(학부모 B씨)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모(15)군이 학교폭력을 겪다 지난 11일 스스로 목숨을 끊고 CCTV의 사각지대 등을 지적하는 유서를 남기자 정부가 고화질 CCTV 확충 등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14일 차관회의에서 CCTV를 늘리고 일진을 집중 단속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1년 전 내놓은 정부종합대책을 되풀이한 ‘재탕’ 수준이다.

교육계에서는 단기적 대책은 이미 수차례 나온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차근차근 시행해나가는 것만이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유일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교사의 자질을 높이고 교사들의 인식개선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날 차관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국무조정실장도 “경산에서 숨진 학생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담임조차 몰랐다고 한다”고 언급하고 “전국 초중고생이 74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계적 조치로 풀 문제는 아니며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교사-학생 신뢰형성 우선…교사들 인식은 제자리 = 이화여대 한유경 교수(교육학)는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문제가 아니라 학생 혼자 푸는 사안이라는 통념 등 영향으로 교사가 학생을 도울 수 있다는 신뢰 관계가 아직 잘 형성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의 이재호 본부장은 “정부 정책이 어떻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현장에서의 접목이고 그 지점에는 교사가 있다”며 “교사들이 업무에 시달려 시간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돌아보고 상담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교폭력에 대처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경기 안산시의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는 신모(34) 교사는 “작년 학교폭력 근절대책 발표로 학교 업무가 늘었지만 담임 교사들이 사건 처리 절차나 법규, 상담 원칙 등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구의 고교 교사 김모(37·여)씨는 담임으로서 반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들의 교우 관계를 세밀히 관찰해야 최군처럼 스스로 얘기를 하지 않는 학교폭력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데 수업 위주로 업무가 돌아가 남다른 의욕이 없으면 따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교사 운동본부의 정병오 대표교사는 “담임을 맡으면 수업시수를 대폭 줄여주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생활을 지도하는 시간을 정식 업무로 인정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과부 “교사 양성·연수과정 개선하고 업무 경감할 것” = 학교폭력 문제에 교사의 관심이 관건이라는 것에는 교육과학기술부도 공감하고 있다.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과부 실무자는 “사실 학교폭력 대책은 작년에 다 내놓았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그 정책들이 제대로 뿌리내리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대책을 자꾸 내놓는다해도 효과는 없고 현장의 부담만 늘어난다”며 “특히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교사가 시큰둥하고 아이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교과부는 14일 차관회의에서도 교원들이 보다 관심을 가지고 학생 상담 및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교원 양성·연수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잡무 때문에 생활지도를 할 여력이 없다’는 교사들의 고충을 고려해 “교원 행정업무의 지속적 경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해 사범대와 교대를 다니는 예비 교사가 생활지도 부장 등 현직 교사와 함께 직접 학교에서 가해학생 선도, 학내분쟁 중재 등의 실습을 거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해 폭력을 해결한 교사에게는 승진 가산점을 준다.

올해들어서는 학생 문제행동의 유형에 따라 대처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학생 생활지도 매뉴얼을 교총과 함께 개발해 보급했다.

서남수 신임 교과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면 교사들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중요한 만큼 교사들이 학생생활지도와 상담에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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