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정말 대책 없나] (상) 교사·학부모가 말하는 학폭대책 허점

[학교폭력 정말 대책 없나] (상) 교사·학부모가 말하는 학폭대책 허점

입력 2013-03-14 00:00
수정 2013-03-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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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폴리스 등 양적 처방만… 결손가정 학생 보듬는 정책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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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3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13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정부가 학교폭력을 막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경북 경산에서 또다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부 대책의 허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현장의 교사·학부모 등은 정부가 학교전담경찰관제(스쿨폴리스) 등 눈에 보이는 처방에만 급급했을 뿐 정작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인성교육 등의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이후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을 8955명에서 1만 633명으로 늘리는 등 양적 대응 위주로 학교 폭력을 막으려 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박모(55·경기 고양)씨는 13일 “지난 정부 때 창의·인성 교육 비율을 높여 학교 폭력과 학생들의 자살률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정작 도덕·시민윤리 등의 수업은 줄이고 국어, 영어, 수학 시간을 늘렸다”면서 “철학 없는 교육 대책이 아이들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인 이모(54·고양)씨도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동아리 활동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대입 제도의 개선 없이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 없는 소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학교폭력 문제를 전담하는 한 경찰관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면서 “학부모와 학교가 아이들을 방기한 상황에서 경찰 인력만 늘려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대책에서 중요한 예방교육도 형식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효율적 예방교육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을 50% 줄였다. 박경숙 학교폭력예방센터 상담실장은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교들을 분석해 보면 비전문가가 예방교육을 하거나 동영상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꼬집었다.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거나 학교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윤혜숙(59)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장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은 학생들도 자주 상담을 하러 와 ‘우리 반에 이런 학생이 있어 겁이 난다’ ‘나도 폭력서클에 가입하고 싶다. 그러면 보호받을 수 있지 않으냐’고 털어놓는다. 그만큼 상담 수요가 많다”면서 “학교폭력 전문 상담사를 학교별 또는 권역별로 배치해 학내를 돌면서 감시하고 상담해 주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폭력예방재단의 김은지 상담원은 “학폭위에서 처벌을 내리는 것만큼 아이들이 왜 폭력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해 두 학생이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도 “학폭위에 교육단체 관계자 등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야 제대로 된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폭력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학교폭력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정책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2월 학생부에 가해 사실 기재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에 대해 강원·경기·전북도 교육청 등이 거부하자 교과부가 해당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보수교육단체들은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해 가해자에게 큰 부담을 줘야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모(30·경기 남양주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하고 있지만 교사들이 편견을 갖기 쉬어 ‘낙인 효과’로 아이들이 오히려 엇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종합·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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