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한화·SK그룹 오너 예외없이 1심 실형 선고
최태원(53) SK그룹 회장이 31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재벌 오너들에 대해 사법부의 과거와 다른 엄벌 의지가 뚜렷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공소사실에 기재된 계열사 자금 횡령 금액이 400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유죄가 나오면 실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긴 했지만, 검찰의 구형량과 똑같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에도 일체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은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특히 과거 대기업 회장의 구속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주로 선고하던 이른바 ‘재벌총수 판결 공식’이 ‘징역 4년, 법정구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이날 최 회장을 법정구속한 재판부도 판결 이유를 밝히면서 ‘재벌 총수라서 더 무겁게 처벌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봐주지도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정도, 실형 선고시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선처한다는 양형 참작사유가 ‘단골메뉴’처럼 삽입됐던 과거 판결과는 분명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대기업의 폐해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듯이 SK그룹을 대표하는 최 회장에 대한 처벌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형사책임 경감의 사유로 삼는 것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2년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최 회장에 대한 양형을 객관적으로 정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이는 김승연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의 입장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재판부도 “2008년 양형기준에 따라 판결했다”며 “예전과 달리 경영공백 우려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감경요소가 될 수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이 나온 태광그룹 횡령 사건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호진(51)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아 간암 투병 중임에도 상당 기간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했다.
2심이 이 전 회장에게 다시 실형을 선고한 것도 전례와 비교된다. 징역 10년 이상이 아니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2심이 최종심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선고공판 직후 “판결 취지를 검토해 항소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호진 전 회장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고, 김승연 회장은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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