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단체 법조계 비판여론 ‘부글부글’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유신체제하에서 일어난 인혁당 사건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법조계 인사들의 비판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인혁당 사건은 유신 시절인 1975년 대법원이 인혁당 재건에 연루된 8명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이후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돼 ‘사법살인’이라는 오점을 남겨놓은 사건이다.
2007년 서울지방법원은 과거사 진상 규명과 사법부의 반성 차원에서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지법이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습니까”라며 “앞으로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은 역사인식 문제와 함께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광주진보연대 유봉식 집행위원장은 11일 “사법부가 무죄를 확정한 사건에 대해 다시 역사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것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유신 때 저질러진 사법살인에 동의한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박 후보의 역사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김영삼 운영위원은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인혁당 사건 연루자의 사형 선고가 잘못됐다고 바로잡았는데도 ‘두 가지 판결 존재’ 운운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조차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법조인은 “개인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고 법 체계상 재심 판결이 확정 판결”이라며 “재심은 이전 판결을 무효로 하기 때문에 유효한 것은 하나”라고 박 후보의 오류를 지적했다.
박 후보의 논리를 확대하자면 1심에서 이긴 사람이 항소심에서 패하고도 승소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다른 법조인은 “상급심이 하급심과 판단을 달리할 때는 하급심 판결을 무효로 하기 때문에 판결이 두 개라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며 “재심도 이전 판결을 취소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므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법을 잘 몰라서 또는 역사적 인식이 편향돼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발언 내용만 봐서는 사법부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