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원인보다 “복합적 요인” 작용이 설득력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의 녹조 확산으로 서울과 대구, 부산, 광주 등 대도시 주민의 식수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특히 유해물질 마이크로시스틴(mycrocystins)을 분비하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mycrocystis)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지역에서 검출됨에 따라 녹조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는 폭염과 가뭄을 원인으로 꼽는 반면, 시민단체 등은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의 유량과 유속이 변해 전에 없이 활발하게 녹조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녹조 대란은 4대강 때문? = 녹조 발생에는 수온과 일사량, 체류시간(강물이 특정 지점에 머무는 시간), 총인(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화합물의 총량)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심각한 녹조 확산을 불러왔고 특히 댐이나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중보 등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댐과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중보 탓에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진 점에 주목한다.
4대강 사업 지역도 아니고 남한강보다 수질도 좋은 북한강에서 대규모 조류가 발생한 것은 수계에 늘어선 6개 댐이 강물의 체류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며 낙동강도 8개의 보가 새로 생겨 유속이 완만해지면서 예년과 달리 하류는 물론 중류까지 녹조가 확산됐다는 것.
김 교수는 “올 7월 강수량은 예년보다 38%나 많아 가뭄은 얘기가 안 된다. 다만, 예년보다 길어진 폭염일수는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날씨의 영향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강에서는 6개의 댐이, 낙동강에서도 8개의 보가 강물의 흐름을 늦추었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도 4대강 사업의 ‘여파’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장 큰 원인은 폭염이지만, 폭염이 심해도 잘 흐르는 물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녹조가 잘 안 생기던 낙동강에 ‘보 구간’이 늘면서 녹조가 많아졌으니 4대강 사업 효과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보를 막았더라도 비가 많이 내리고 수온 상승기간이 짧았다면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녹조는 4대강 사업과 폭염, 가뭄, 수온 상승, 영양염류 축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영향론에 대한 반론도 팽팽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의 장성일 환경조사과장은 “통상 조류검사는 클로로필-a 수치를 먼저 확인하고 농도가 짙은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조류를 확인하는 단계로 진행된다. 그동안 조류의 구체적 파악은 주로 하류에서 이뤄졌는데 시민단체 등이 중류까지 올라와 검사하면서 과거에는 검출되지 않았던 남조류가 올해 처음 나온 것처럼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유재정 낙동강 물환경연구소 담수생태연구과장은 “보가 녹조 확산의 원인이라면 새로 생긴 8개 보의 상황이 같아야 하는데 실상은 제각각이다. 보를 설치하면 유속이 느려지고 녹조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건 교과서적인 문제 제기”라고 반박했다.
◇장기화 우려…비점오염원과 지류 관리가 관건 = 이처럼 이례적 녹조 확산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이 녹조 확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앞으로도 폭염이 계속된다면 4대강 사업의 영향 등이 증폭되면서 녹조 확산과 그 여파가 심화하고 장기화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 때문에 강물이 잘 흐르지 않아 폭염이 계속된다면 그 영향도 장기화할 것”이라며 “확산된 녹조 가운데 일부는 죽어 강바닥에 쌓이겠지만 확산된 조류는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과 같은 녹조 대란의 재발을 막으려면 부영양화를 유발하는 영양염류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녹조 발생 가능성이 큰 지류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학영 교수는 “조류 발생에는 유역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 생활하수와 농업폐수 등이 주요 변수다. 강우 패턴이나 일조량 등은 사람이 통제하기 어렵지만, 이런 오염원은 통제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비점오염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재정 낙동강 물환경연구소 담수생태연구과장은 “이번 조류 형성 상황을 보면 본류보다 유량이 적은 지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본류로 흘러들면서 씨앗 역할을 했다”며 지류의 녹조 발생 상황을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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