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반적인 건물들을 병풍식으로 서로 겹쌓이게 하면서 종심이 깊게 거리를 형성하고 건축 밀도를 높일 데 대한 문제를 직접 지도했다”(2024년 4월 18일 화성지구 2단계 준공 기사)
20일 수도 평양에 매년 1만 가구 규모의 ‘뉴타운’을 하나씩 찍어내고 있는 북한의 관영 매체 관련 보도를 보면, ‘초고층’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건축 밀도’가 등장해 건축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초고층 살림집’ 제하 기사에서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 주택, 려명거리의 70층 주택, 송화거리의 80층 주택을 줄줄이 나열했다. 특히 2022년 준공된 송화거리의 80층짜리 집은 “수도 평양의 제일 높은 살림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준공된 1만 가구 규모의 화성지구 2단계는 건물을 초고층으로 지어 용적률을 높이는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여러 채를 빽빽하게 지어 건폐율을 올리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언급하는 ‘초고층’은 통상 50층 이상으로 파악된다. 초고층을 고층과 구분해서 사용하는 북한 매체들 보도 양상을 볼 때 이번 화성지구 2단계의 최고층 건물은 50층 이하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성지구 2단계 현장 사진에서는 20∼30층 안팎의 건물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 확인됐다.
북한이 이번엔 나름의 ‘건축 철학’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배경에는 고질적 전력난으로 주민들이 고층 아파트를 꺼리는 현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서는 초고층 입주자들이 모두 평범한 노동자들이라고 선전하지만, 정작 실거주자들은 저층을 선호한다고 전해진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경우가 잦아 고층은 살기가 힘들다는 이유다.
북한의 초고층 건축물이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도 있다.
북한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마천루를 찍어내고 건축 소요 시간 단축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수도·가스·냉난방 등 기반 시설 공사는 물론 강성 확보를 위한 철골 구조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체제 선전을 위해 무작정 높이 쌓아 올린 건물들이 추후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뒤늦게 고려해 층수를 낮추려는 것일 수 있다.
아울러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는 한국과 달리 평양은 거주민 숫자가 250만 명 내외로 관리돼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더는 주택을 초고층으로 지어야 할 이유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