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블로거 “멘토는 위험·새 출발 의도·위협” 등 3가지 목적 제시
해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2인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적으로 처형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전문 블로거인 맥스 피셔는 12일(현지시간) 신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하고 처형한 이유를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코멘트를 참조해 3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첫째로 멘토는 언제나 위험한 운명에 처해있다는 점이다.
란코프 교수는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한 일”이라면서 어린 왕이 성년이 되면 자신을 주변에서 쥐고 흔들던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원한을 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이유로는 김정은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새로운 출발을 하려 했다는 점이 꼽혔다.
피셔는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이후 곧바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보다 야심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려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 채워진 정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점진적으로 아버지의 사람들을 내치고 자기 사람들로 대체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노장들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란코프 교수는 이런 점에 주목, “일부가 강제로 제거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번째로는 김정은이 권력을 강화하면서 다른 관리들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이 고모부를 전격 처형한 것은 나머지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보다 훨씬 거칠고 너희에게 더 잔인하게 행동할 수도 있으니 내 말을 잘 듣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CNN방송에 출연, “북한을 20년간 연구해 왔으나 고위 지도자를 처형한 뒤 공개적으로 발표한 사례는 기억할 수 없다”면서 “처형에 관한 소문은 들을 수 있지만 체포된 뒤 바로 처형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북한 정권은 독자적인 생각을 갖거나 어떤 야망을 품는 사람 모두에게 겁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더 디플로맷’의 수석논설위원 앤키트 판다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의 야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때는 북한에서 비교적 권력승계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진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은 깊숙한 곳에서 파벌싸움과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김정은이 앞으로 권력 강화와 개인숭배를 위해 나이 든 사람들을 쳐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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