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에서 처형까지, 누가 이끌었나

장성택 실각에서 처형까지, 누가 이끌었나

입력 2013-12-13 00:00
수정 2013-12-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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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기획-조연준 연출-김원홍 집행’ 가능성

철옹성일 것만 같았던 장성택의 40년 권세가 사형으로 막을 내렸다.

김정일 시대부터 김정은 체제 2년까지 대를 이어가며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이기에 그의 실각에서 처형까지 누구 주도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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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국가전복음모죄’로 장성택에 사형을 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열린 은하수음악회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왼쪽부터)이 김정은 제1위원장, 최룡해 군총정치국장,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와 함께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국가전복음모죄’로 장성택에 사형을 판결하고 즉시 집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열린 은하수음악회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왼쪽부터)이 김정은 제1위원장, 최룡해 군총정치국장,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와 함께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일 지배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재가가 당연히 있었겠지만, 장성택에 대한 방대한 죄목과 치밀한 제거과정을 보면 권력시스템을 잘 아는 실세에 의해 주도됐음을 알 수 있다.

장성택이 김씨 일가의 친인척인데다 1인자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 장성택을 ‘국가전복음모죄’로 보고하고 사형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다. 이런 일을 기도했다가 자칫 역으로 장성택에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권력의 핵심축인 군 총정치국과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김정은 정권에서 김정은 다음가는 군부 1인자로 떠오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장성택 숙청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장성택 계열 사람으로 장성택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올랐지만 김정은 1인지배체제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장성택을 숙청하는 데 앞장섰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장성택과 오랜 친분으로 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총정치국과 당 조직지도부 두 라인이 장성택의 비리 자료를 은밀히 종합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고해 숙청이라는 결단을 끌어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다.

최 총정치국장은 장성택과 호형호제했던 사이로 그의 후원으로 김정은 다음가는 군부 실세 지위에 오르며 김정은 체제의 양대축으로 성장했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장성택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 말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 현안을 놓고 장성택과 갈등을 거듭하는 과정에 ‘김정은 백두혈통’ 고수를 외치면서 장성택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 속에서 장성택의 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 총정치국장이 그를 제거할 준비를 은밀하게 총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룡해는 1980년대부터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권력욕이 강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숙청 사태에서 최룡해를 중요한 변수로 꼽으면서 “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돌진하는 ‘돌진형’인 최룡해가 이번 장성택 숙청의 최전선에 섰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최 총정치국장이 이번 장성택 숙청의 기획자라면 연출자는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추정된다.

조 제1부부장은 평생을 당 조직지도부에 몸담은 검열 전문가로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작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조직지도부에서 유일하게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그는 중앙당 내 당조직인 ‘본부당’ 책임비서도 겸하고 있어 모든 중앙당 간부들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으로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구를 총괄하면서 조직지도부의 입지를 흔드는 데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리룡하 제1부부장이나 장수길 부부장 등 행정부 인사들이 장성택을 등에 업고 세도를 부리는 상황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본격적으로 장성택 제거작업에 나섰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끌고나간 인민보안부 보안원 차림의 사람들은 노동당 간부들에 대한 법적 조사와 처리를 담당하는 본부당 직속 ‘창광분주소’ 소속이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장성택 제거작업은 최 총정치국장과 조연준 제1부부장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두 사람이 장성택의 비리자료를 모아 김정은에게 보고, 김정은을 자극해 결국 김정은 스스로 고모부를 죽이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권력재편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들을 주요 자리에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장성택 제거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에 대한 조사와 재판, 처형을 직접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김 부장은 장성택에 의해 승승장구했으나 최룡해 쪽으로 줄을 바꿔서며 장성택 숙청에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사형 판결이 내려진 재판도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었던 만큼 사형 집행도 국가안전보위부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원홍은 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릴 때 주석단에 앉아 장성택에 대한 비판토론 전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으며 김정은이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30일(보도날짜) 삼지연 혁명전적지 시찰에도 동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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