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현정은 회장에 친서 등 회담 명분만들기 주력 분석
북한은 지난 7일 우리 측의 대화 제의 요구를 수용하기 적어도 닷새 전부터 체면을 구기지 않고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포석을 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미묘한 기류 변화는 지난 3일부터 감지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당시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10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남북 경협 재개에 대한 의지를 에둘러 밝혔다. 이어 조선중앙TV는 5일 개성공단 탄생 과정을 비중 있게 다룬 김정일 국방위원장 기록영화를 내보냈다. 이틀 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 회장에게 보낸 김 제1위원장의 구두 친서가 남측 기업들을 겨냥한 메시지였다면, 김정일 기록영화는 대내·외 선전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는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고, 내부적으로는 회담 수용에 앞서 ‘남측에 백기를 든 게 아니라 김 위원장의 뜻을 받든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차 실무회담 날짜를 8·15 직전으로 잡은 것은 8·15를 국면 전환의 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합의서 체결에 성공해 남북이 광복절 축사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각각 발표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 모든 것을 ‘대범한’ 결단에 따른 김 제1위원장의 공으로 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3-08-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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