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개월만의 재발사 김정은 초조감 반영”위축된 군부, 입지만회 위해 발사 적극 건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켓) 시험발사에 실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내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북한은 지난 2006년 7월과 2009년 4월, 올해 4월 등 대체로 3년 주기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8개월 만에 재발사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 포퓰리즘 정책 한계..돌파구 시급 = 정부 당국은 북한이 허겁지겁 장거리 로켓 재발사를 시도하는 데는 내부 정세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일 “북한은 그간 대미관계를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왔지만 이번에는 대내적인 요인 때문”이라면서 “김정은의 포퓰리즘 정책이 한계에 왔고 주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맞고 있는데도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김정은 업적 쌓기를 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서둘러 발사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북자 진술에 의하면 북한 노동당의 한 간부는 지난 10월 “김정은에 대한 당과 주민들의 기대감이 컸는데 모든 정책이 전시용이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김정은 “우리는 왜 안돼” 초조감..1주년 ‘축포탄’ =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 사회 전반에 걸쳐 ‘친김정은 인사’가 큰 폭으로 진행되는 등 공포통치가 강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군부 4인방 중 최측근 인사 리영호를 본보기 식으로 제거하고 분주소장(파출소장)ㆍ사법검찰간부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는 것 등이 공포통치를 실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치 방식에 따른 주민 동요를 막고 내부 불안을 잠재우고자 김정은 체제 1주년을 기념하는 ‘축포탄’으로 장거리 로켓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김정은의 통치역량 부족에 따른 조급증과 초조감도 발사 작업을 앞당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한 지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 4월 김일성 100회 생일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지난 4월 실패 이후 8개월여 만에 재발사를 시도하는 것은 김정은의 초조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은 북한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외국에서는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고 발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의 군부 통제 강화와 리영호 전 총참모장 숙청 등으로 위축된 군부가 입지 만회를 위해 김정은에게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적극 부추기고 있다는 첩보도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8억5천만 달러 투입해 핵 투발수단 확보 = 정보당국은 북한이 그간 장거리 로켓 개발과 발사에 8억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발사체 개발에 3억 달러, 무수단리ㆍ동창리 발사장 건설에 4억 달러, 위성 개발에 1억5천만 달러 등이다. 대포동 2호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하는 데만 2천500만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당국은 북한 전체 주민 2천400만여 명의 8~9개월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이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거리 로켓을 시험발사하는 것은 핵 투발을 위한 탄도미사일 기술 확보가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2009년 2월6일자 보도를 통해 “위성용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표리일체”라고 주장하는 등 북한의 위성발사 계획이 군사적 목적을 내포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당국은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미뤄 현재 50~100㎏급의 초보적인 실험위성은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 제작과 자원 탐사 등 지구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위성 제작 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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