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보적 표현 ‘보류’ 사용…南도 ‘대화의 문’ 열어둬
박근혜 정부 첫 남북회담인 당국회담이 무산되면서 남북관계도 단기적으로 냉각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회담 무산 입장을 통보하면서 “남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에 대한 왜곡으로서 엄중한 도발”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을 차관급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회담을 하루 전날 무산시킨데 대해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굴종과 굴욕을 강요하는 행태는 발전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하게 북한을 비판했다.
남북한 모두 남북관계를 풀어보고자 회담에 나섰다가 오히려 관계가 꼬이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남북 양측 모두 당분간 이번 회담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비난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단 남북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냉각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가 올해 봄처럼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당시에는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반발이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됐지만 이번에는 남북 당국간 회담에서 발생한 기싸움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냉각기를 거치고 나서 남북 양측 모두 당국회담에 다시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 직통전화를 통해 대표단 명단 협의를 하다가 회담 무산을 통보하면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 무산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당국에 있다”고 밝혔다.
’보류’나 ‘무산’ 등 다소 유보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남북간에 회담이 있을 수다는 여지를 남겼다.
또 그동안 남북 당국회담의 장소로 기피하던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수용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그동안 보였던 만큼 이런 태도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남북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는데 변함이 없다”고 ‘대화의 문’이 계속 열려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표현보다는 일시 중단을 의미하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최근 남쪽에 당국회담을 제의한 것이 단순히 남북관계만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중국, 미국 등 국제정세까지 감안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북한의 당국회담 제의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면담 이후 나왔고, 미·중 정상회담까지 고려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어 남북관계가 이어질 요인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당국간 회담의 여지는 남아 있다”며 ‘남북 양쪽 모두 좀 더 유연성을 갖고 남북관계에 접근하고 한반도 상황을 관리할 능력을 통크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