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강제동원 공식 ‘물증’ 없다며 범죄 덮으려는 간교한 日
일본은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나타낸 한·일 간 공식문서가 없다.”며 식민지 시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공식문서’ 운운하는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에 두 눈을 가리고 있다. ‘공식문서’만이 증거라면, 일본 역사학자는 물론 한국, 타이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위안부 및 위안소 설치와 관련해 쏟아진 증거들은 다 무엇인가. 이들은 일본에 강력한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움직일 수 없는 지표들이다.경술국치 102주년을 맞은 29일 오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1938년 3월 4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북지방면군 및 중지주둔군 참모장에 보낸 통첩에는 ‘위안부 모집 관계자 단속에서 군의 위신을 지키고 사회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게끔 인선을 적절히 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0년 9월 19일 일본 육군성 부관이 작성한 ‘군기진작대책’ 에서는 ‘위안 시설은 사기 진작, 군기강 유지, 범죄 및 성병 예방 등에 대한 영향이 크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교육지도 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성이 해방 전후 위안부 신상기록을 담아 작성한 ‘유수명부’가 2005년 발견되기도 했다. 1994년 미군이 작성한 증인보고서에는 포로들이 증언한 일본군 위안부 모집·관리 실태가 담겨 있다.
‘지수대일기’는 일본 육군성이 1938년 3월 4일 작성한 문건으로 일본 군대 위안소제도 설립의 기초가 되는 증거로 평가된다. 위안부를 모집하면서 소란이 일자 군의 위신에 영향을 미치니 헌병·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사회문제가 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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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의 박물관에 ‘위안부는 일본군 부대에 꼭 필요하므로 위안부 경영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라’는 내용이 적힌 도항증.
나눔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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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버마 만달레이 주둔지 사령부에서 발견된 일본군 위안소 사용 시간 및 사용 요금표가 전시돼 있다.
나눔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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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한 ‘사쿠라클럽’에서 일본 헌병대의 관리 아래 여성들을 급사로 모집한 뒤 강제 매춘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군법회의 판결문. 왼쪽 상단에 ‘강제 매춘’이라는 손글씨가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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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증거’들은 수없이 많다. 꽃 같은 청춘을 위안부로 살며 인권을 유린당한 네덜란드 여성 세마랑, 베트남의 랑송, 중국 구리인, 한국의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 등이다.
유엔 보고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자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가 1996년과 2003년 위안부 문제를 정식 거론한 이후 관련 유엔보고서만 10개나 된다. 유엔총회도 1992년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강제성을 나타내는 공식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정부와 군대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반인권적·반도덕적 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면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와 전후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소영·배경헌기자 symun@seoul.co.kr
2012-08-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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