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희화화… 巨野의 도 넘는 행정부 무시

막말·희화화… 巨野의 도 넘는 행정부 무시

이범수 기자
입력 2024-10-08 18:08
수정 2024-10-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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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질의 대신 보여주기 국감 전락

‘당신’ 반말하고 장관차 당근 매물로
웃었다고 사과 요구에 고발 설전도
“국회 위상·권위 스스로 낮추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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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024.10.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왼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 직후 윤한홍 정무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2024.10.8
연합뉴스


192석의 거대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행정부 공무원을 무시하거나 희화화하는 사례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국민을 대신해 국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인데, 정책 질의보다 정권 공세에 집중하면서 애꿎은 공무원들만 망신당하고 있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권위를 낮추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권익위의 종결 처리를 따지던 중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회의 도중 웃음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이 갑론을박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을 때 뒤에서 픽픽하고 웃었다. 고위공직자로서 품위에 어긋나게 행동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여야는 고성으로 공방을 벌였다. 또 정 부위원장은 자신이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퇴직 후 자신을 고발한 야당 의원들을 고소하겠다’는 발언을 실제 했느냐는 질의에 “고소는 제 권리”라고 답해 오전 국감은 파행했다.

여당의 한 보좌관은 “야당 의원이 통일부 실장에게 ‘좀 정신을 갖고 일하라’, ‘실장이나 되는 분이 자꾸 동문서답할 거냐 등의 발언을 했는데 도가 지나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허위 매물 문제를 지적하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질의자인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사전 양해 없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관용차를 당근마켓에 올렸다.

국토부의 면밀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지만 위법일 수 있다는 여당의 지적에 윤 의원은 유감을 표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병진 민주당 의원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두 가지(일반란·특급란) 달걀 중 1등급을 골라 보라고 시켜 ‘날계란 감별’ 촌극이 벌어졌다.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서는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당신’이라는 표현과 함께 반말을 섞어 쓰며 태도 불량을 지적해 같은 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 내 파견 검경 수사관 10여명을 증인석 앞에 일렬로 세워 놓아 “증인 군기 잡냐”는 비판을 받았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외교부 ‘3급 비밀’ 공문을 국정감사장 내 스크린을 통해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동영 의원을 향해 “지독한 갑질”이라고 비판했고, 윤종군·김준형 의원에 대해선 “명백한 위법 소지가 있는 만큼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당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와 같은 행태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법적 검토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조치하고 그렇지 않다면 지적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문서 유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에서는 일부 공무원이 정권에 충성하려는 목적으로 야당의 질의에 답변하기보다 공격성을 보이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어떤 질의에도 “모른다”, “법적으로 해당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고 아예  불출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에 다수당인 민주당은 불출석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이틀 만에 4건이나 발부했다. 이날은 김 여사의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이 있는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장시호 위증 교사’ 의혹을 받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통과시켰다. 다만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행명령은 신체 자유를 강제적으로 구속하는 것이어서 영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 조사 과정은 수사가 아닌 행정 조사여서 안 온다고 하면 끌고 올 방법은 없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뉴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정치가 품위를 지키는 것보다 상대를 적으로 돌리고 희화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본인들의 위상이나 권위를 낮추는 자해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감에서 주목받기 위한 행동이더라도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4-10-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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