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진단한 21대 총선 결과
文정부 향한 강한 신뢰·기대감 반영돼野 향한 실망 누적… 與 ‘어부지리 표심’
당청관계 유지로 레임덕은 늦춰질 것
통합, 잘못된 관행 벗어나 보수재편을
참패한 통합당 “국민 뜻 겸허히 받들겠다”
21대 총선 이튿날인 16일 국회 미래통합당 회의실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당 관계자들이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쓰인 배경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16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 준 선거”라며 “더이상 탓을 하지 말고 문재인 정부가 보여 주고 싶은 나라, 민주당이 만들려고 하는 나라, 새로운 나라의 정확한 본모습을 만들어 나가라는 국민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을 잘하면서 국민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앞으로 2년 동안 잘해주길 바라는 기대를 보여준 선거였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7년 대선 이후 이념 지형이 변하면서 민주당이 연거푸 4번 승리한 것”이라며 “통합당은 이념 지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직도 보수가 다수인 줄 알고 계속 보수적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주장만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정국이 없었으면 정부 여당 심판론이 더 컸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향후 정국에선 당청 관계가 유지되며 레임덕 시점도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없었으면 내재된 경제적 불만 요소는 충분히 있어 정권 심판론이 더 컸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잘못됐다는 평가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나왔던 만큼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면 여권이 힘든 선거를 치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도 “여당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후광을 입은 선거”라며 “촛불정국 이후 유권자들은 변화하고 기대하는데 야당은 전혀 변하지 않고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데 대한 실망이 계속 누적된 것들이 어부지리로 여당한테 갔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높아서 밴드왜건 효과를 보고 승리한 거라 대통령에게 남은 대선에도 기대는 식이 될 것”이라며 “레임덕은 없을 수 없지만 늦춰지고 급격하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당청이 같은 배를 타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을 해야 될 것”이라며 “다만 정부 여당 내에서 당권이나 대선 주자에 대한 경쟁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재집권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국정 주도권을 쥔 민주당의 주요 과제로는 경제적인 성과를 꼽았다. 조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치 개혁에 치중했지만 이제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된다”며 “180석이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들의 경제적인 거버넌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번 승리가 유의미하지 않게 되니 조심해야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 못하면 독박을 쓸 수 있다”며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이야기를 더이상 할 수 없어 모든 것이 본인들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통합당에 대해선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보수 재편의 기회를 살려야 차기 대선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과거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10년 동안 다시 준비한 것”이라며 “야당은 발목 잡기, 무조건 반대, 막말하기 등 과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기본적 소양부터 재정립하고 야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영국 토니 블레어 사례를 벤치마킹하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경제위기가 심화됐을 때 국가를 운영하는 측이 여당이 된다”며 “이념적 지형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대선도 보수에서 쉽지 않은 게임이 되겠지만 경제 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04-17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