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정상회동·폼페이오 방북·한중일 정상회의 등 숨가쁜 전개북미, 김정은·폼페이오 회동 큰 틀서 만족…문대통령 ‘미세조정’ 주목김정은과 핫라인 통화 등으로 막판까지 중재 몰두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담판 짓게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미와 중국, 일본 간 정상 외교가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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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부터 사흘간 남북미와 중국, 일본 사이에는 숨 가쁜 ‘5자 정상 외교전’이 벌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일, 40여 일 만에 파격적으로 시진핑(習根平)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만나 ‘북중 밀착’ 행보를 보였고 시 주석은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중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 사이에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뒤 억류돼 있던 미국인 3명을 데리고 나왔고,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판문점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특별성명이 채택됐다.
문 대통령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과정에서 비핵화를 바라보는 각국 정상 간 견해 차이가 감지됐다는 점이다.
모두가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미일과 한중은 각각 다른 데 방점을 두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핵이 영구적으로 폐기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핵실험장 폐쇄만으로는 북한에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문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에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면 체제보장 등 밝은 미래 보장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일이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다면 한중은 미일이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대북 경제개발 지원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이렇듯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상황을 주도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좀 더 세밀한 조정에 나서야 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와 중일 사이의 현안은 아니었지만 미국이 이란핵협정 체결 3년도 되지 않아 협정 탈퇴를 선언해 북미정상회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예기치 못한 변수들도 돌출하고 있어서다.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을 송환 조치한 것을 두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일 기자들을 만나 “그 자체가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자세를 보여주는 단면 아닐까”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고 말했고 북한 매체들은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보도하고 나섰다.
결국,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 큰 합의’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같은 ‘디테일’까지 합의할 수 있도록 모든 채널을 가동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한 것은 북미 정상이 큰 틀에서 비핵화의 원칙에는 공감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중재력을 발휘할 기회는 적지 않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고 나면 곧바로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으로 통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주 내에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지면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조금 빨라질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22일에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임 후 네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북미 간에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설득할 기회가 있다.
그 전에라도 필요하다면 한미 정상 간 통화로도 의견을 주고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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