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개선 급페달…中 ‘3불’ 강조 잠재적 우려요인

한중, 관계개선 급페달…中 ‘3불’ 강조 잠재적 우려요인

강경민 기자
입력 2017-11-23 10:54
수정 2017-11-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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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25주년 가기 전 문대통령 국빈방중, 관계복원 상징적 행사될듯中 ‘韓 MD불참표명 중시’·‘사드 단계적 처리’ 언급도 주목

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미봉하기로 합의한 이후 관계개선의 급페달을 밟는 양상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2일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외교부장 간의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내달 중순 국빈 방중을 추진키로 합의한 것은 양국 관계의 개선 흐름에 의미가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가 한중 수교 25주년임에도 지난 8월 양국에서 각각 열린 기념행사에 정상은 커녕 외교장관의 교차 방문도 이뤄지지 않을 만큼 사드 갈등의 골은 깊었다. 결국 수교 25주년이 저물기 전에 문 대통령이 가장 높은 형식의 국빈 방문으로 내달 중국을 찾는 것은 한중관계에서 상징적 의미가 클 전망이다.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23일 “한중이 관계개선의 틀로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빈 방문이라는 가장 좋은 대우를 통해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려는 것으로 본다”며 “한중간에 논의해야 할 점이 많은데 중국은 가장 좋은 대우를 하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강하게 전달하겠다는 간접적인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를 봉합한 지난달 31일의 ‘한중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 발표 이후 지난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정상회담, 21∼23일 나란히 이뤄진 강경화 장관의 취임후 첫 방중과 허이팅(何毅亭)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상무 부총장(장관급)의 방한 등으로 탄력을 더해온 한중관계 복원 흐름에서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은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양국 외교장관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과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점, 내년 2∼3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의 평화적 개최 등을 위해 협력하고, 국면전환 여건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점 등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된다. 사드 갈등을 미봉한 한국과 중국이 의기투합해 미·북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각각 미국, 북한을 상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양국관계의 앞날에 복선도 없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이 사드 봉합 합의의 맥락에서 나온 우리 정부의 ‘3불’(사드 추가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 언급을 사실상 ‘약속’으로 간주하며 이행을 공개 요구하는 것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장관회담에서 왕 부장은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에 임시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중국은 이를 중시한다”고 말한 것으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소개됐다.

중국의 국내 정치적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이 ‘약속한 적 없다’고 밝힌 ‘3불’을 중국 측이 계속 거론할 경우 한국의 안보 주권적 사안에 관여하려 한다는 지적이 한국 내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사드 봉합 합의 적절성 논란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또 왕 부장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잇달아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거론한 것도 사드 철수 목표를 중국이 공식적으로 접은 것은 아님을 재확인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거론하는 ‘단계적 처리’의 의미에 대해 “한마디로 일단락됐다는 뜻”이라고 말했지만 ‘3불’과 관련한 사안에서 중국 측이 한국의 행보에 불만을 가질 경우 다시 사드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한권 교수는 “사드는 양국 최고 지도자가 입장을 밝혔는데 (중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 양보하거나 바꾸기 어렵다”며 “중국이 우려하는 사드 배치도 문제지만 한국의 MD 편입이나 한미일 군사동맹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군사안보적 우려를 감소시키면서 한중간에 협상하고 개선할 공간을 만들려고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한·중이 입장 차이를 두면서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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