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촛불혁명으로 부활”…DJ·참여정부 잇는 민주정부 ‘정통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제37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념사의 핵심어는 ‘광주정신’과 ‘촛불혁명’이다.새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던 5·18 민주화 운동과 지난해 박근혜 정권을 조기 퇴진시킨 ‘촛불혁명’의 토대 위에서 탄생한 정부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다”고 말했다. 촛불민심이 37년 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에 뿌리를 뒀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새 정부가 같은 5·18 정신의 뿌리에서 출범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민주정부’로서의 정통성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헌법에 5·18 정신을 반영해 5·18 정신을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정신적 유산’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5·18 민주화운동이 더는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대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새 헌법 전문(前文)에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지난해 촛불항쟁의 정신을 반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 이 자리를 빌려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5·18 정신의 헌법 반영을 언급한 것은 ‘광주정신’과 ‘촛불혁명’을 관통하는 민주 세력의 연속성과 정통성을 부각하는 한편, 개헌 의지가 변치 않았음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광주정신’과 ‘촛불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세운 정부라는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사회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5·18 관련 의혹의 진상규명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과거사가 정리돼야 사회 통합과 개혁도 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기념사 곳곳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위상을 높이고, 5·18 관련 진상규명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먼저, 5·18 당시 계엄군에 발포 명령을 내린 자가 누구인지, 계엄군이 시민군을 향해 헬기 사격을 가했는지 등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5·18 당시 계엄군의 사격으로 건물 곳곳이 파손됐던 전남도청 구청사의 복원 문제를 광주시와 협의하는 한편,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 왜곡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5·18 관련 역사 왜곡을 언급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달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기술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서는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고 평가하면서 “오늘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인 12일 ‘2호 업무지시’를 통해 2009년부터 5·18 기념식에서 ‘합창’ 형식으로 불린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시민에게도 아픔을 딛고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