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 전위부대’로 보는 통준위에 거부감 커북한, 다른 형식의 대화 역제의할 가능성 있어
정부가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내년 1월 상호 관심사를 놓고 대화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제의 자체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화의 틀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올해 남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적으로 추구해왔다.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대외적 환경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는 필연적인 흐름으로 해석됐다.
지난 10월 초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인천 방문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대북전단 문제로 얼어붙고 최근에는 정부의 대북 인권 압박 참가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됐지만 북한은 비난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화 의지는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친서를 보낸 데서도 확인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그룹 측의 최근 개성 방문으로 남북간 대화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수 있다”며 “북한이 일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반관반민 성격의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가 대화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이번 대화 제의를 통준위 명의로 북한에 보냈으며 회담이 성사되면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이 남측 대표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의 연장선에서 출범한 통준위를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로 간주하며 줄기차게 비난해왔다.
고위급접촉과 같은 당국간 기존 대화의 틀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통준위를 대화 상대로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특히 북한이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수석대표를 맡는 고위급 접촉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쪽 인사와 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통준위에 이미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라는 낙인을 찍은 상황”이라며 “북한이 긍정적으로 나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와 정부의 대북 인권 압박 참가를 문제 삼으며 또다시 대화의 ‘선결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강조해온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으로 간주하는 이들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넘어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전단과 인권 공세 문제에 관한 정부의 정책 변화 없이는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길재 장관이 이날 ‘남북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밝히면서도 정작 북한의 관심 사항인 5·24 조치와 금강산관광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북한에는 실망스러운 대목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통준위를 배제하는 대화 형식을 역제의하거나 대북전단과 인권 공세를 거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의 ‘진정성’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통준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고위급접촉이나 장관급회담을 역제의하거나 5·24 조치와 금강산관광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