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기류 악화일로…靑에 ‘김병관 임명철회’ 건의엔 신중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것 아닌가 싶다.”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21일 갖가지 의혹에 휩싸인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해 에두른 표현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당내에서는 이미 김 내정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굳어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인사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두 자리 모두 공직자의 여러 덕목 가운데 ‘신뢰’가 최우선시 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임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배한 것이다.
당으로서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24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진사퇴한 마당에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당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으나, 누가 총대를 멜 지를 놓고 머뭇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그대로 임명할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있어 괜히 ‘입바른’ 건의를 했다가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에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김 내정자의 경우는 인사청문회 후에도 그냥 넘어가는듯 했지만 고의든 아니든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은 미얀마 가스 자원개발업체 KMDC의 주식 보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 치명타였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식보유 사실을 기억이 없어 누락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임기 초반이라 얘기를 안 하고 그냥 참고 있었는데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이들은 대다수 부정적 의견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위 소속의 한 의원은 “김 내정자는 처음부터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방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이렇게 시끄럽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
한만수 공정위원장 내정자의 경우, 대기업의 불법·편법 행위를 감시해야 할 위치의 감시자가 오히려 대형 로펌에 근무하면서 대기업 편에서 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미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1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세금탈루 의혹도 잇따르면서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조세 전문가가 탈루를 하고 국세청에서 들키기까지 했다”면서 “청문회를 열기에도 엄두가 나지 않고 청와대에서 알아서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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