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부대표 회담 ‘무위’…진영 논리에 갇혀 민생 뒷전
”쟁점이 뭔지도 모르겠다.”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4일째인 14일까지 처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이 던진 푸념이다.
여야가 지루한 협상을 거듭하면서 국회를 공회전시켰고, 그 결과 혈세를 낭비했으며 ‘식물정부’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이 같은 ‘여의도 논리’에 갇혀 싸움을 벌일 만큼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조사가 줄을 잇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시기를 제외하고는 초유의 사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쟁점이 종합유선방송(SO)을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기느냐, 아니면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 그대로 두느냐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접점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SO를 미래부로 넘기는 대신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기구를 신설해 방송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게 거론되는 양측 접점의 뼈대다.
그러나 그마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의 견해차로 받아들여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잃을 게 없다’는 태도로 다소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14일 오후에도 만나 40여 분간 협상을 벌였지만,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저쪽(민주당)에서 변화를 보일듯하더니 의총에서 뒤집히고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면서 “방송공정성 관련 특별법도 사실상 만들기 어렵다”고 야당에 탓을 돌렸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해 논의했지만, SO는 언론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지키겠다는 안을 관철하기로 했다고 윤관석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결국, 여야가 밀고 당기던 협상안이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형국이다.
수십 차례 접촉에도 진척이 없자 이제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접촉하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렇게 여야 간 다툼이 장기화하면서 정치권 안팎에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방송 공정성은 표면상 이유일 뿐이고 야당이 SO를 방통위에 그대로 둠으로써 이권을 기대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SO 사업자를 야당도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묶어 둬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당이 공무원 밥그릇 싸움에 말려든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지난 정부에서 방통위 지붕 밑으로 들어온 방송라인과 통신라인이 알력을 벌이면서 방송라인이 미래부로 옮겨가 독립을 원한다는 것이다.
즉, 미래부로 가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던 미래성장동력 창출 논리를 철회하지 못한 채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이 이해할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부분을 갖고 정치권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여당은 인내심이 없이 무능함을 보여주고 야당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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