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이 빚만 물려줄까 봐…아이는 안 낳겠습니다” [아무이슈]

“집 없이 빚만 물려줄까 봐…아이는 안 낳겠습니다” [아무이슈]

명희진 기자
입력 2020-07-07 14:20
수정 2020-07-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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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훌쩍 큰 ‘이기적 유전자’ 2030 밀레니얼이 진짜 원하는 것

‘이전 세대보다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낭비적이다’.

밀레니얼(millennials·1981~1996년 출생) 세대를 바라보는 일부 부모 세대의 비판이다.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온갖 지원을 받고도 ‘명품백’, ‘고급 디저트’ 등에 사치하며 집 한 채 마련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절심함’이 부족한 세대라는 지적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플렉스’(Flex·사치성 소비를 과시하는 문화)하는 이유는 정말 ‘정신머리가 글러 먹었기’ 때문일까. 결혼을 미루면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유는 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이기적’이기 때문일까. 2020년 평균 연령 만 29세에 이르며 어느덧 사회와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게 된 이들. 가장 스마트하면서도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라는 이들에게 속마음을 물어봤다.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정부는 지난달 17일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20.7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정부는 지난달 17일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20.7 연합뉴스
아이? 내가 받은 만큼 다 해줄 수 있을까결혼 2년차 회사원 김모(32·여)씨는 7일 내년으로 예상했던 출산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고 했다. 김씨는 “30대 직장인이 서울에 집을 사려면 43년이 걸린다는 뉴스를 봤다.”면서 “애 키우기가 어려워서 출산을 미루는 것보다 내가 부모에게 받은 만큼 나는 아이에게 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 남편과 진지하게 딩크(Double Income No Kids·자녀를 두지 않은 맞벌이 부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 3년차 회사원 서모(35)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녀 출산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라면서 “내 삶을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삶을 살다가 딩크로 삶을 마무리할 건지, 이왕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번 달 초 첫 아이를 출산한 회사원 박모(32)씨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매우 기쁘고 좋지만 돈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면서 “결혼할 때 부모님이 보태준 돈을 항상 갚는다고 이야기했었는데 한동안 공수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 옛날엔 다 단칸방에서 어렵게 시작했다고들 혀를 차시는데 금리가 높고 경제 성장이 한창이었을 때나 이야기지 열심히 살아도 우리는 부모세대처럼 해피엔드로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자신이 아주 운이 좋다고 덧붙였다.

철 없다고?… 비혼·딩크가 죄는 아니잖아결혼이나 출산을 ‘의무’로 보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가 ‘철없는 애들’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씨는 “아이를 낳든지 해외여행을 가든지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왜 후자를 택하면 무책임하고 그러다 후회할 거란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결혼과 출산도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인데 안 하면 할 도리를 안 하는 사람처럼 몰고 가는 경향이 아직도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혼인 회사원 송모(33·여)씨는 “어렸을 땐 뭐든 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 과거 부모 세대가 일을 포기하거나 했던 것처럼 나를 일부 포기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요즘 연애를 하면서 동거 정도 하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비혼인 회사원 이모(34)씨는 만 34살 미혼 회사원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소외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신혼부부 대출이나 청년 대출, 임대주택 등 여러 가지 지원책이 있지만 만 34살 이후 미혼 회사원에 대한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면서 “나라를 위해 결혼하고 애도 낳고 세금도 더 내야 하는데 미적거리고 있으니 널 도와줄 정책 따윈 없다는 말을 (정부가) 은연중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라는 공부도 열심히 했고, 열심히 일도 하면서 주식 펀드, 부동산 소액 투자도 하는데 돈은 안 모인다”면서 “도대체 뭘 더 열심히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현실은?이씨는 “중소기업은 일손이 부족하고, 지방에는 싼 집도 많다며 우리 세대가 유난히 욕심이 많고, 분수도 모른다는 식으로 취급당하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는 부모 세대 기준과 다른 기준을 가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원하는 이상치가 어느 세대보다 높다. 부모 세대의 전폭적인 지원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배우고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부딪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마음에 큰 ‘좌절’을 안고 살아가는 세대라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SNS)가 발달 돼 있다 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요소도 커졌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성장기를 지나 경제침체기를 살아가면서 부모가 자신과 또래였던 시절에 자녀인 내게 줬던 만큼의 생활수준을 스스로 힘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면서 “원하는 이상치는 이미 높은데, 개인의 노력과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불행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열린 ‘면세명품대전 프리오픈’ 행사장 명품 가방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면세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달 전국 8개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2차 오프라인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2020.7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열린 ‘면세명품대전 프리오픈’ 행사장 명품 가방 진열대가 텅 비어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면세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달 전국 8개 백화점과 아울렛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2차 오프라인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2020.7
뉴스1
차곡차곡 모으면 된다?…집 못 살 바엔 ‘소확행’밀레니얼 세대가 과시적 소비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배경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 교수는 “과거에는 적금을 들고 돈을 모아 집을 사고 넓혀나가는 등 소비에 우선순위가 있었다”면서 “문제는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서울지역에 집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밀레니얼 세대는 불가능해 보이는 주택 마련 보다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에 열심히 사는 나에게 이 정도도 못해주나 하는 보상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선 부의 재분배 원하는 ‘사회주의’ 유행서구 밀레니얼 세대도 팍팍하긴 매한가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 족이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집 장만에 어려운 요인은 임금 상승률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집값 상승률이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일부 서구권에서는 ‘밀레니얼 사회주의’가 인기를 끌고있다. 스타벅스나 아마존 등 대기업의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요구한다. 플렉스 문화와는 언뜻 방향이 달라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좌절과 특성이 똑같이 드러난다.이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결이 다르지만 결국 기존의 주류 문화, 기성 문화에 반기를 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표현·개성의 욕구라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철근 누락 현장감사 실시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위원장 한 신, 더불어민주당, 성북1)는 지난 5일 2026년도 행정사무감사의 일환으로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해 철근 누락이 확인된 3공구의 공사 현황과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현장 방문은 도시기반시설본부와 공사 관계자로부터 사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질의응답을 거친 뒤, 철근 누락이 확인된 3공구 지하 5층 작업장을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은 강남구 봉은사역 사거리부터 삼성역 사거리까지 약 1km 구간에 복합환승센터와 철도 본선 터널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하 5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는 GTX와 도시철도, 버스 간 환승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착공했으며, 현재 구조물과 본선 터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지난해 10월 23일 3공구 지하 5층 기둥의 철근 누락을 최초로 파악했고, 서울시는 같은 해 11월 10일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받았다. 현재는 철거 후 재시공을 포함한 후속 조치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GTX-A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위원회는 이번 현장감
thumbnail -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철근 누락 현장감사 실시

한국에서도 ‘공정’과 ‘정직’을 외치는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달라는 요구다. 김씨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만 봐도 현금 쥔 기득권만 이득을 보는 구조 같아 답답하다”면서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악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정하고 정직한 룰 속에서 그저 열심히 겨룰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했다.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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