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비싼 도쿄에 9㎡ ‘극소원룸’ 인기…도쿄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유

땅값 비싼 도쿄에 9㎡ ‘극소원룸’ 인기…도쿄 젊은이들이 몰리는 이유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2-08-28 11:58
수정 2022-08-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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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층에 인기인 ‘극소원룸’
일본 젊은층에 인기인 ‘극소원룸’ 28일 일본 도쿄 기타신주쿠에 위치한 네일아티스트 고마쓰바라 가나의 9㎡ 극소원룸.
도쿄 김진아 특파원
“넓은 곳보다는 직장과 가까운 곳이 좋아요. 평일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집이 굳이 넓을 필요가 없잖아요.”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에서 네일아트업에 종사하는 고마쓰바라 가나(27)는 28일 기타신주쿠에 있는 자신의 ‘극소원룸’ 내부를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1년 10개월째 살고 있다는 전용면적 9㎡에 불과한 그의 집에는 샤워실과 화장실, 싱크대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이 모두 있었다. 예상 외로 갖출 것은 다 갖춘 원룸에는 2명이 앉을 만한 소파를 뒀는데 이것만으로도 공간은 꽉 찼다. 생활하기에 지나치게 좁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3.6m 높이의 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일본 건축기준법에 일반 주택의 천장은 2.1m 이상으로 돼 있지만 이 극소원룸의 천장은 기준보다 1.5m 이상이나 됐다. 이 높은 천장을 이용해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은 다락방 같은 공간이 있어 그는 이를 침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일본 도쿄 도심(23구)에 사는 젊은층에 이런 형태의 극소원룸이 주목받고 있다. ‘극소원룸’(QUQURI, 그리스어로 고치)을 만든 부동산회사 ‘스피리타스’(SPILYTUS)의 나카마 게이스케(35) 대표는 “과거 신주쿠에 처음으로 창업하고 살고 있던 도쿄도 하치오지시까지 왕복으로 2시간을 오갔는데 일이 바빠지면서 출퇴근으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돈과 시간을 아끼면서도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집의 구조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5년 탄생한 극소원룸은 현재 1500호가 넘는 데다 98%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스피리타스의 나카마 대표
스피리타스의 나카마 대표 ‘극소원룸’(QUQURI, 그리스어로 고치)을 만든 일본 부동산회사 ‘스피리타스’(SPILYTUS)의 나카마 게이스케 대표가 28일 도쿄 미나토구의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특히 나카마 대표는 집의 넓이에 주목했다. 그는 “전용면적이 줄어들수록 월세가 줄어들게 되니 그 부분에 방점을 뒀고 천장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했다”며 “현관과 거실 사이의 복도 등 불필요한 공간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스피리타스는 신주쿠와 메구로, 에비스 등 도쿄 중심가에 직접 땅을 사서 극소원룸을 짓고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 극소원룸을 구입한 일반인은 이를 다른 이들에게 세를 주는 식이다. 여기까지는 한국의 일반 부동산업체와 비슷하다. 하지만 원룸의 크기를 최소화해 일반 1개의 원룸을 2개로 쪼개면서 한정된 땅에 최대한의 집을 지었다. 이렇게 하자 일반 투자자들의 수익도 많아질 수밖에 없고 거주자도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에 만족하면서 서로 윈윈이 되는 게 차이점이다.

공간의 넓이보다 실용성에 중점을 두는 일본 젊은층의 거주 선호도도 극소원룸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소득이 얼마 되지 않는 사회초년생에게는 생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월세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고마쓰바라는 “직장과 가깝고 깨끗한 곳을 고르고 싶었다”며 “보통 이 주변의 월세는 10만~12만엔(약 107만원) 정도인데 시세보다 2~3만엔(약 24만원)가량 저렴한 7만엔(약 68만원)에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과 사례금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기타신주쿠에 위치한 극소원룸 외관
도쿄 기타신주쿠에 위치한 극소원룸 외관 일본 도쿄 기타신주쿠에 위치한 전용면적 9㎡ 극소원룸 외관.
도쿄 김진아 특파원
극소원룸이 인기를 얻는 또 다른 이유로 잠잠했던 도쿄 집값이 최근 들어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20대라도 영혼까지 끌어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지지만 일본은 다르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대폭락을 경험한 일본에서는 부동산 투자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의 도쿄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도쿄의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도쿄 23구의 신축 아파트 1호당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한 8091만엔(약 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로는 2년 만의 상승이자 이 연구소가 가격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2020년(8190만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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